“진실은 눈을 어둡게 하고 거짓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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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빛과 같이 눈을 어둡게 한다. 반대로 거짓은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같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알베르 카뮈(1913~1960)

디자이너는 늘 고객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디자인은 순수미술과 달라서 내 꿈을 펴는 일이 아니라 고객의 꿈을 디자인이란 매개체를 통해 이뤄준다. 그래서 무엇보다 고객의 내면과 숨겨진 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과 어느 정도 코드가 맞고 내가 추구하는 비전과 공통분모가 많을 때에는 상상 이상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목표를 넘어선 디자인 프로젝트는 성공을 이룰 때가 있다. 그러나 좋은 결과를 가져온 일이 오히려 나중엔 상처로 돌아올 때도 있어 많이 좌절하고 상처를 받는다. 그럴 때 문득 뇌리를 스치는 문장이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글이다. ‘이방인’이라는 작품에서 인생과 세상의 부조리를 이야기하고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카뮈. 그의 말에서는 예리한 이성과 냉철한 감성이 묻어나온다. 인간은 사물을 분석하고 물체의 성질을 이해하려 애쓰지만 사람의 마음은 분석이 쉽지 않다. 사람은 머리가 좋은 ‘고등 동물’이므로 마음먹고 속이기 위해 보호색을 쓰고 달콤하게 속삭이면 ‘진실의 빛’이 눈을 어둡게 만든다. 반대로 달콤한 거짓은 저녁노을처럼 늘 달콤한 포장을 하고 다가온다. 그 달콤함은 마치 이브가 뱀의 꼬임에 빠져 사과를 먹는 것처럼 거짓의 노을 속으로 사람을 빠져들게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는 스스로 지켜야 하는데 카뮈의 말처럼 때론 어리석음의 사슬에 걸려 나약한 인간이 되고 만다.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인간의 본성을 악용하는 다른 인간의 덫에 걸리면 빠져 나오지 못하고, 좌절하고, 무력함에 스스로 자책하곤 한다. 그럴 때 카뮈의 이 명언은, 오래전 인간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만든다. 나 자신을 토닥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밝은 빛으로 살면서 노력하고 싶은 것이다. 그 간절함의 배에 돛을 다는 것처럼 따스한 위안이 되는 한 문장이다

이명희 참공간디자인 대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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