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색감… 더 환해진 ‘神의 정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전통안료 새단장 동구릉 내 혜릉
천연재료로 만든 7가지 색상 사용… 수라간-수복방 등 전각 두채 복원

26일 양영송 단청화공이 경기 구리시 동구릉 혜릉에서 전통안료로 칠해진 수복방 건물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혜릉의 수복방과 수라간을 전통안료로 건물 전체를 단청하는 첫 시범 대상으로 선정해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구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6일 양영송 단청화공이 경기 구리시 동구릉 혜릉에서 전통안료로 칠해진 수복방 건물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혜릉의 수복방과 수라간을 전통안료로 건물 전체를 단청하는 첫 시범 대상으로 선정해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구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미세먼지를 씻어 내는 봄비가 내린 후 청명한 날씨를 선보였던 25일. 조선의 왕과 왕비의 능 9기가 모여 있는 경기 구리시 동구릉(사적 제193호)은 ‘신(神)의 정원’이라는 별칭답게 맑은 날씨와 수백 년 된 갈참나무, 소나무 등이 어우러져 청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가운데 동구릉 서남쪽에 위치한 조선 제20대 임금 경종의 첫 번째 왕비인 단의왕후(1686∼1718)가 묻힌 혜릉(惠陵) 근처로 다가갔다.

제례를 올리는 정자각 건물이 혜릉 권역의 가운데에 서 있지만 오히려 양쪽의 작은 건물인 수라간과 수복방이 시선을 더 끌었다. 건물 규모는 정자각에 비해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내는 색감이 단아하고 따스했기 때문이다. 정자각은 1995년 복원되면서 현대안료로 단청했지만 능지기가 머물던 공간인 수복방과 음식을 하던 수라간은 지난해 9월 전통안료로 복원됐다.

혜릉의 이 두 건물은 지난해 9월 문화재청이 전통안료로 건물 전체를 단청한 첫 시범 모니터링 대상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4년부터 진행 중인 ‘전통 단청안료 제조기술 및 품질평가 연구’의 일환으로, 문화재청은 이곳에 적용된 기술과 색상 변화 과정을 모니터링해 내년까지 전통안료 표준시방서와 품셈 등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혜릉에는 총 7가지의 전통안료 색상이 적용됐다. △초록색 계열의 뇌록 △붉은색을 각각 띠는 석간주, 경면주사 △오렌지색과 유사한 장단 △조개껍데기를 빻아 흰색을 내는 호분 △석간주와 호분을 섞어 팥죽색 같은 토분 △소나무 재를 이용해 만든 검은색의 먹 등이다. 모두 고문헌에 나와 있는 방식 그대로 돌과 나무 등 천연 재료를 이용해 만들었다.

전통안료의 강점은 화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색감이다. 화학성분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인위적인 형광색을 발산하는 현대안료와의 가장 큰 차이다. 혜릉의 단청 작업을 진행한 양영송 화공은 “주로 돌을 갈아 만드는 전통안료로 단청을 하면 해충이 나무를 파먹기 어려워 내구성을 따져도 현대안료에 뒤질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통안료의 복원이 이제 걸음마 단계이기에 보완할 점도 있다. 전통안료와 아교(접착제)의 접착력이 현대안료와 접착제(아크릴 에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이를 보충해주려면 3, 4배의 작업 과정이 더 필요하다. 양 화공은 “지금까지 대부분 문화재 복원 현장에서 현대안료를 썼기 때문에 앞으로는 전통안료로 단청을 해볼 수 있는 여건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연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장은 “광화문 현판과 혜릉에 이어 전남 장성군 필암서원 등에서도 추가로 전통안료 시범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리=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전통안료#동구릉#혜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