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임금-방만경영 손 안대고… 중간광고로 적자 메우려는 지상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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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초 실시 앞두고 특혜 논란 증폭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지상파 방송에서도 이런 멘트가 자주 등장하게 될 우려가 커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9일 ‘차별적 규제 해소’를 근거로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관련된 시행령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었으나 방송의 공공성 훼손을 우려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연기했다.

○ 국민의 60.9%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반대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는 공공성을 이유로 지상파 공영방송은 중간광고는 물론이고 광고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1974년 오일쇼크 당시 과소비 방지 차원에서 중간광고가 금지된 뒤 광고 매출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미 지상파는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광고(PCM)’ 명목으로 유사 중간광고를 운영해 왔다. 인기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누고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는 식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민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편법으로 중간광고를 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한열 방통위 방송기반국장은 지난달 23일 “지상파의 콘텐츠 품질 하락이 시청자의 손해로 돌아오고 있다”며 중간광고 허용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지상파의 광고 매출 하락이 중간광고 도입 명분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 매출은 2011년 2조3754억 원에서 2016년 1조6228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자회사를 포함한 지상파의 전체 매출액은 오히려 증가해 같은 기간 3조9145억 원에서 3조9987억 원으로 842억 원이 늘었다. 주문형비디오(VOD), 재송신료 등의 수익이 증가한 결과다. 계열사를 포함한 지상파 광고 점유율도 2016년 기준 60.3%로 절반을 넘는다. 지상파 3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도 2011년 2조2064억 원에서 2016년 2조4712억 원으로 늘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2021년 지상파 광고비가 1177억 원이 증가한다. 반면 신문 광고비는 216억 원, 케이블TV는 114억 원, 잡지는 50억 원이 줄어든다. 매체 간 균형발전이 저해된다는 지적이다. 여론도 중간광고 도입에 부정적이다. 10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9%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반대했다. 찬성(30.1%) 의견의 두 배가 넘는다.

○ 방만 경영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중간광고 도입 전에 지상파의 방만한 경영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KBS는 올해 상반기 441억 원, MBC는 53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KBS 임직원 중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비중이 60%를 넘고,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 진행자 김제동 씨가 회당 350만 원의 고액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상파의 시청률 하락은 특정 이념에 편향된 프로그램들을 만들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한 결과다. 방만한 경영과 고임금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지상파에 대한 규제 완화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12년에는 지상파 심야방송이 허용됐고, 2015년에는 지상파 광고를 자율적으로 편성하게 한 광고총량제가 도입됐다.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대역 주파수도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해 지상파에 무상으로 할당했다.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지상파는 거듭되는 특혜성 조치에도 콘텐츠 질과 시청률 등에서 과거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방송의 사회적 역할 및 공적 책임을 강조해 왔던 현 정부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중간광고는 시청률 경쟁을 심화시켜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상업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지상파 광고 수입이 늘어나는 것 외에 어떤 장점도 보이지 않는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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