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보관 ‘3수장고’ 첫 공개
배기동 관장 “고려전 특별전에 北 고려 유물 17건 대여 희망”
2005년 서울 용산구로 이전한 뒤 한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가 17일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는 각종 국보·보물을 비롯해 20만여 점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어 말 그대로 우리나라 ‘보물 창고’다. 유물 종류에 따라 21개 수장고에 분리 배치돼 있는데, 이날 도자기를 보관하고 있는 3수장고를 공개했다.
박물관 사무동 1층 로비에서 대형 금고처럼 생긴 거대한 철문을 지나면 약 100m 길이의 복도와 마주한다. 유물 보호를 위해 덧신을 신은 뒤 복도 끝 수장고 입구 전실(前室)에 도착하니 다시 2개의 보안 문이 나타났다. 박진우 유물관리부장은 “지금까지 총 7개의 보안장치를 거쳤고, 앞으로 2차례 더 추가로 거쳐야 한다”며 “총 9개의 보안장치를 설치해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수장고에는 나무로 짠 수납장 218개가 가득했다. 미송나무와 오동나무 등으로 만들어진 수납장은 쇠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짜 맞춰 조립하는 결구(結構)방식으로 제작했다. 각각 고유번호가 매겨진 7만2000여 개의 도자기가 격납장을 메우고 있었다.
외부에선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수장고 내부는 선선했다. 16∼24도의 온도와 50%의 습도를 1년 내내 유지하기 때문이다. 사실 각 수장고는 유물 종류마다 보존 환경이 다르다. 종이류는 습도가 높으면 마르는 탓에 60%의 습도를, 금속유물은 녹을 방지하기 위해 40∼45%의 습도를 항시 유지한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 비율은 약 80%. 수장 공간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 4개 수장고를 복층으로 바꾸는 작업을 2020년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도 함께 개최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세계문화관’ 신설 등을 담은 박물관 개편 방안도 공개했다. 배 관장은 “세계와 함께하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콜롬비아 엘도라도나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문명의 유물을 가져와 소개할 예정”이라며 “상설전시관에서 기증관 면적을 줄이고 2020년까지 세계도자실과 세계문명실로 이뤄진 세계문화관을 새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남북 문화재 교류 추진 상황도 소개했다. 배 관장은 “12월 4일부터 열리는 대 고려전 특별전에 왕건상과 금속활자를 비롯해 북한에 있는 고려 유물 17건을 대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통일부를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며 “왕건의 스승인 희랑대사 모습을 조각한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을 왕건상과 함께 전시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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