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茶-禪-律의 쌍계사… “전통 지키며 지역과 상생하겠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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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원정 스님

가는 봄비 속에서도 여유있는 미소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원정 스님.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하동=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가는 봄비 속에서도 여유있는 미소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원정 스님.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하동=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경남 하동의 쌍계총림 쌍계사는 차(茶)와 선(禪), 율(律)이 어우러진 3절(三絶)의 수행 도량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섬진강을 따라 화개장터, 다시 빼어난 길의 풍광이 이어진다.

최근 만난 주지 원정 스님은 먼 길 왔다고 반기면서도 말수는 유난히 적다. 은사인 방장 고산 스님에 대한 화제가 나오자 비로소 스님의 말문이 트였다.

“지금 이 시대에 방장 스님 같은 분이 몇 분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후학들에게는 승려 생활의 모범이시죠. 가람을 수호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법, 심지어 농사짓는 법까지 배웠습니다. 하하. 저희들 복이죠. 1만분의 1이라도 따라가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고산 스님은 4월 30일 수계(受戒) 70주년을 맞았다. 그래서 제자 40여 명이 대절 버스를 타고 은사가 주석 중인 석왕사(경기 부천시)를 찾아 스님의 법문을 듣고 왔다. 무슨 얘기를 하셨냐고 묻자 “항상 같은 얘기죠. 열심히 살라는 꾸중과 걱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불교계에서 쌍계총림의 돈독한 우애는 정평이 났다. “다른 총림과 달리 쌍계사는 소임과 관련해 시끄러운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습니다. 중 생활하면서 수행도 중요하지만 효심과 우애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배웠으니까요.”

쌍계사에는 육조 혜능 선사의 정골(두개골)을 모신 육조정상탑과 탑전으로 구성된 금당이 있다. 금당의 중심 육조영당 안에 있는 칠층석탑이 육조정상탑이다. 중창주 진감 선사는 중국 당나라에서 출가하고 중국에서 배운 범패와 차를 우리나라에 전해 범패와 차의 효시로 통한다. 혜능 선사를 기린 육조정상탑이 있는 육조영당을 세운 인물이 진감 선사다. 이런 전통 속에 1975년 주지로 취임한 고산 스님은 율찰대본산(律刹大本山)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왔다.

원정 스님은 “쌍계사의 자부심은 사찰의 역사와 뿌리를 지켜내는 것으로 시작된다”며 “방장 스님이 만들어 놓은 전통은 여간해서는 바뀌는 게 없다”고 했다. 각각 43회와 16회를 맞은 보살계대법회와 혜능-진감-초의 선사를 연결하는 다맥 전수 대법회가 대표적이다.

전통을 지키면서 세상의 변화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원정 스님의 말이다. “2016년 10년 만에 주지를 다시 맡았습니다. 절과 산천은 그대로인데 주변의 환경은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신행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축제 등을 통해 지역과 상생하는 쌍계사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하동=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불교#부처님오신날#석가탄신일#쌍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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