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우리는 차별없는 한몸… 더디 가더라도 하나돼 가면 모두가 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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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함께 하는 조계사

시각 장애인 불자(오른쪽)가 ‘장애인 불자 대법회’에서 부처님께 꽃을 올리고 있다.
시각 장애인 불자(오른쪽)가 ‘장애인 불자 대법회’에서 부처님께 꽃을 올리고 있다.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

불기 2562년인 올해 부처님오신날(22일) 봉축 표어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인 조계사(서울 종로구 우정국로)에는 ‘함께 가자! 우리∼’라는 표어가 쓰인 도량등이 불을 밝혔다. 조계사의 표어는 남과 북이 평화와 화해의 동반자가 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와 고용주의 갈등, 성평등 다문화 장애인 이슈 등 우리 사회 곳곳의 대립과 반목, 차별과 갈등 문제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어느 저녁 대웅전 앞마당에서 휠체어에 앉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합장한 채 닫힌 유리문 너머의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던 불자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법회를 시작으로 장애가 있는 불자님들이 점점 더 편안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서울 조계사가 4월 14일 연 ‘장애인 불자 대법회’에 참석한 불자가 찬불가를 부르고 있다. 이날 조계사는 수화 통역사를 배치하고 대웅전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 불자들의 법회 참여를 지원했다. 조계사 제공
서울 조계사가 4월 14일 연 ‘장애인 불자 대법회’에 참석한 불자가 찬불가를 부르고 있다. 이날 조계사는 수화 통역사를 배치하고 대웅전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 불자들의 법회 참여를 지원했다. 조계사 제공
봄비가 내리던 4월 14일 조계사에서 열린 ‘장애인 불자 대법회’에서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이 말했다. 이날 수화 통역사가 청각 장애인들이 법문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앞서 조계사 앞 횡단보도에서 일주문까지 점자 유도블록이 설치됐다. 조계사는 대웅전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 이동 편의 시설을 보강했다. 젊었을때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는 할머니는 휠체어에 탄 채 흥건한 눈으로 “제 나이 여든에 법당에 처음 들어와 봤다”며 지현 스님의 손을 꼭 잡았다.

조계사는 이처럼 장애인 불자들의 신행(불교를 믿고 수행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지내는 활동) 지원에 힘쓰고 있다. 향후 장애인 불자 대법회를 정기적으로 여는 한편 청각장애인 불자 단체인 조계사 원심회를 주축으로 백유경 등 불교 경전의 수화 동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이는 ‘시대와 함께 할 대(對)사회사업 지원’이라는 조계사의 올해 목표에 따른 것이다. 2001년부터 어르신 복지사업과 어린이집의 체계적 지원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탈북대학생 장학금 지급, 도시락 지원까지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에는 비혼모·부 자녀의 선택적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고 실직자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상담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조계사는 “부처님의 자비의 손길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불교 총본산 성역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불교문화 축제’도 올해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조계사 연꽃축제(6월 중순∼9월 말), 국화축제(10월 초∼11월 중순)와 서울 시내 한가운데에서 불교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음악이 있는 야경 템플스테이’는 이미 서울시민과 함께 소통하는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는 축제 전 미리 ‘조계사 연꽃·국화·야경사진 응모전’을 열어 선정된 사진을 축제 현장에서 전시하고, 현장 촬영 사진도 시상하면서 시민들에게 더욱 다가서는 축제로 만들 계획이다.

지현 스님은 “부처님의 대자대비로 우리 모두 차별이 없는 한 몸임을 깨닫고 함께 가길 바란다”며 “더디 가더라도 하나돼 간다면 모두가 행복한 부처님오신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부처님오신날#석가탄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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