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개입’의미 되짚어보자는 노벨상委의 넛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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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세일러 ‘노벨 경제학상 효과’ 톡톡… 출간 10년 ‘넛지’ 베스트셀러 재등극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유머 감각 넘치는 ‘괴짜 교수’다. 근엄한 상아탑 밖으로 나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팝스타 설리나 고메즈와 함께 투기와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의 심리를 설명했던 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2년 전 영화 출연 직후 받지 못한 상에 대한 보상”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상금은 연구와 일관되게 최대한 비이성적인 곳에 쓰겠다”고 큰소리를 쳐 좌중을 웃겼다.

세일러 교수가 생각하는 사람은 ‘천재인 동시에 바보’다. 직관적이고 통제하기 어려운 ‘행동하는 자아’와 숙고하고 의지력이 있는 ‘계획하는 자아’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빨간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건 ‘행동하는 자아’의 소비 일탈을 차단하기 위한 ‘계획하는 자아’의 통제력이 발휘된 사례다.

그래서 똑똑한 선택으로 이끄는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유연하며 비강제적인 ‘자유주의적 개입’인 ‘넛지(nudge)’를 대안으로 제시해 일체의 정부 개입을 반대하는 자유주의자들을 설득한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거나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뜻으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말한다.

그는 제자가 박사학위 논문을 마감하지 못할까 봐 수표를 미리 받아놓고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할 때마다 돈을 인출해 ‘당신을 빼고’ 파티를 열겠다는 거래를 제안해, 기한 내에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게 유도한 적이 있다고 2008년 저서 ‘넛지’(사진)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출간된 지 10년이 다 돼가는 이 책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 발표 이후 베스트셀러로 재등극했다. 뉴욕타임스 논픽션 페이퍼백 부문에서 지난주까지 5주 연속 5위 안에 들었고, 한국에서도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동안 손놓고 있다가 떠들썩한 노벨상 수상 소식에 너도나도 이 책을 집어 드는 건 사람들이 얼마나 ‘사람다운’지 보여준다. 굳이 말하자면 최근 접한 소식에 큰 영향을 받는 ‘가용성(availability) 편향’이다.

노벨상 수상 이후 넛지에 대한 재해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 등과 같은 부정적 선택에 넛지가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쁜 쪽 선택을 유도하는 ‘슬러지(Sludge)’나 원한이나 나쁜 감정을 품게 만드는 ‘그러지(Grudge)’와 같은 부작용이다.

모든 것을 다해 줄 것처럼 떠드는 포퓰리즘 시대에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의미를 짚어보고 한계와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게 세일러 교수를 선택한 노벨상위원회의 넛지는 아닐는지.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리처드 세일러#노벨 경제학상#넛지#nu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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