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 예술에 완벽이란 없어… 현재에 만족 않고 발전하려 노력할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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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거장 지메르만 이메일 인터뷰

“참 까다로운 연주자였죠. 연주자 중 가장 완벽주의자 같아요. 2003년 내한공연 때 제가 조율하면서 압박감에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였죠.”

조율사인 이종열 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를 극한까지 몰아붙인 연주자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1·사진)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1975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이후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협연 1순위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완벽주의자로 불리며 공연장에 직접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이메일 인터뷰를 가진 그는 질문마다 1000자에 가까운 상세한 답변을 보냈다.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9월 8일 ‘슈베르트 소나타 D959&D960’ 음반 세계 동시 발매를 앞두고 있다. 독주곡으로는 25년 만. “사실 저도 제 음반 전체를 들어보지는 않아요. 썩 즐거운 일이 아니죠. 녹음 후 일주일만 지나도 아마 다르게 녹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 작업을 듣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완벽주의자라는 말에 대해 그는 선을 그었다. “절대 완벽주의자가 아닙니다. 현재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하고자 하는 모습을 완벽주의라 부르는 것은 터무니없어요. 예술에 완벽한 상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공연장의 음향과 피아노 상태에 예민하다. 커다란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운반해 세계 곳곳의 공연장을 누빈다. “플루티스트에게 이런 질문은 하지 않잖아요.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을 때 탄생한 작품들을 연주하는 경우에만 연주할 곡에 조율된 피아노를 갖고 갑니다.”

60대에 접어든 그는 나이에 맞는 음악적 성숙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성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13세 피아니스트가 베토벤 소나타를 아주 성숙하게 치는 것이 더 무섭죠. 나이에 맞게 진실된 연주가 더 중요해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어릴 적 그의 연주를 들으며 쇼팽에 빠져들었다. 그는 2015년 콩쿠르 뒤 조성진의 연주를 듣고 이메일을 보내 우승을 축하했다. “쇼팽 콩쿠르 역사상 처음으로 조성진의 우승에 관해서는 아무런 논란이 없었어요. 음악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경력을 쌓아나가는 태도가 좋아요. 앞으로 조성진이란 이름은 오랫동안 널리 기억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3년 이후 국내 리사이틀이 없었다. 앞으로 내한공연이나 또 다른 작곡가의 곡을 녹음·공연할 계획에 대해 그는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전 최대한 많은 실험을 합니다. 수많은 실험 중 제가 연주할 때 사용하는 것은 10% 남짓이죠. 분명한 것은 2020년까지 콘서트를 열 계획을 아주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피아노 거장 지메르만#지메르만 완벽주의자#피아니스트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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