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 420년전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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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종군화가가 그린 순천왜성 전투. 순천시 제공
명나라 종군화가가 그린 순천왜성 전투. 순천시 제공

420년 전, 조선의 강토는 붉은 피로 물들었다. “명을 칠 테니 길을 내라(征明假道)” 했던 왜적의 임진년 1차 침공에 이은 2차 침략이었다. 남쪽 4도를 노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은 하늘을 찔렀다. 백성들은 귀를 잘리고 코를 베였다. 코 베는 왜적의 잔인무도함에 민초들은 치를 떨었다.

1597년 발발한 정유재란은 동아시아 3국이 싸운 당시로는 드문 국제 전쟁이다. 조-명 연합군과 왜군이 일진일퇴 혈투를 벌였다. 조선 민초와 병사들만 희생한 것이 아니다. 이국의 들판과 바다에서 명나라와 왜의 무명 병사들이 속절없이 스러져 갔다.

60년을 한 주기로 치는 갑(甲)이 일곱 번이나 반복된 7주갑(周甲)을 맞았건만 정유재란은 여전히 ‘잊혀진 전쟁’이다. 가르치지도 않고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시간이 더 흐르면 관련 기록과 자료도 멸실될 것이다. 전적지 중 상당수는 개발의 삽질로 훼손됐다. 조선 수군이 탈환해 진지를 구축했던 순천왜성 앞 장도(獐島)가 대표적인 사례다.

더 늦기 전에 남해안 일대에 산재해 있는 전적지를 보존하고 재조명하는 데 정부와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의 적극적 관심이 요망된다. 정유재란의 현장들은 한중일의 미래세대가 비극의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고 평화와 선린을 실천하는 메카가 될 것이다.

2017년 현재, 한반도는 여전히 분쟁의 중심점에 놓여 있다. 동아일보는 ‘비극의 역사’이자 ‘숨겨진 역사’로 남은 정유재란을 재조명하는 장기 연재를 시작한다. 420년 전의 역사에서 한중일 3국의 문제를 풀어갈 교훈과 지혜를 찾기 위함이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안영배 전문기자
#정유재란#전쟁#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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