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트렌드의 변화는 면밀히 살펴봐야 보이는 것들이다. 정교함에 멋을 더하는 시계 제작 과정 속엔 일부러 넣는 파격이란 없다. 바젤월드 현장의 전문가들은 흰 장갑을 끼고 서랍에서 시계를 꺼내준다. 이들이 보석 다루듯 내놓는 시계 속엔 수많은 고민 끝에 헤리티지를 잇는 변화만이 담겨 있을 뿐이다.
1967년 처음 제작된 전문 다이버용 시계인 ‘오이스터 퍼페츄얼 씨-드웰러’의 신제품은 케이스 지름이 기존 40mm에서 43mm로 커졌다. 여기에 선구적 기술로 제작한 신형 무브먼트 ‘칼리버 3235’를 장착하고 있다. 칼리버 3235에는 독자적인 이스케이프먼트(escapement·기어의 회전 속도를 고르게 하는 장치)인 ‘크로너지(Chronergy)’ 등 14개 특허 기술이 활용됐다. 씨-드웰러 모델 최초로 3시 위치에 ‘사이클롭스(Cyclops) 볼록 렌즈’를 장착해 날짜 가독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롤렉스 하면 클래식은 빼놓을 수 없는 가치. ‘오이스터 퍼페츄얼 스카이-드웰러’는 클래식함이 돋보이는 모델이다. 이번 바젤월드에선 옐로 롤레조와 화이트 롤레조 버전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롤레조는 금과 스틸의 조합을 말한다. 다이얼엔 시각 표식 인덱스와 야광 크로말라이트(Chromalight)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가독성을 높였다.
롤렉스 첼리니 컬렉션에는 ‘첼리니 문페이즈’가 새롭게 추가됐다. 첼리니 문페이즈는 18캐럿 에버로즈 골드 소재의 39mm 케이스, 오토매틱 메카니컬 무브먼트, 특허를 받은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등을 갖추고 있다.
오메가는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스피드마스터’의 38mm 컬렉션을 이번 바젤월드에서 선보였다. 스피드마스터 고유의 스타일과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도 달라진 14개의 새로운 모델이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옆으로 퍼진 오벌(oval) 형태의 서브 다이얼과 6시 방향에 아래로 퍼진 오벌 형태의 날짜 창. 이 디자인은 오메가의 드빌 컬렉션 일부에서 사용한 바 있는 서브 다이얼에서 착안한 것이다. 몇몇 모델엔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작은 보석을 촘촘히 메우는 것)한 베젤을 추가했지만, 스피드마스터의 특징인 ‘타키미터 눈금’은 그대로 적용했다.
기능을 개선하고 특징에 미묘한 변형을 준 제품도 눈에 띈다. 오메가는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의 ‘마스터 크로노미터 컬렉션’을 새롭게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쿠아 테라의 ‘티크(teak)’ 콘셉트다. 호화 요트의 덱에서 영감을 받은 티크 콘셉트는 아쿠아 테라 컬렉션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 마스터 크로노미터 컬렉션에서는 날짜 창을 3시에서 6시 방향으로 옮겼다. 그 덕분에 티크 패턴이 수직이 아니라 수평 형태로 펼쳐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존 다이얼에 적혔던 ‘Water-Resistance’(방수라는 뜻)라는 글자는 케이스 뒤에 새겨 다이얼이 더욱 깔끔해졌다.
6. 태그호이어 ‘칼리버 호이어01 43㎜’ 7. 태그호이어 ‘오타비아 2017 리에디션’ 8.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라트라팡테’ 9. 해밀턴 ‘브로드웨이 오토 크로노’ 10. 캘빈클라인 ‘미니멀’태그호이어는 탄생 55주년을 맞은 ‘오타비아(Autavia)’를 귀환시켰다. 오타비아는 ‘자동차(AUTomobile)’와 ‘항공(AVIAtion)’ 두 단어를 합쳐 만든 말. 제품의 근본은 유지하되 모던함을 더한 ‘복각’ 모델이다.
일단 39mm의 지름이 42mm로 커진 것이 눈에 띈다. 12시간 눈금이 그려진 베젤, 새로운 무브먼트인 ‘호이어 02 칼리버 크로노그래프’가 적용됐다. 파워리저브(임계시간)는 80시간. 오리지널 DNA(유전자)에 현대적 해석이 가미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블랙 알루미늄 재질의 단방향 회전 베젤은 달팽이 모양의 화이트 카운터와 블랙 다이어을 감싸며 완성도를 높였다.
2015년 첫 등장한 태그호이어의 ‘까레라 호이어01’은 43mm의 작아진 사이즈로 돌아왔다. 까레라 호이어01은 가격 대비 최고 성능을 자랑하며 주목받은 모델. 폴리싱 처리된 세라믹 타키미터 베젤은 12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스틸 소재의 케이스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까레라 호이어01 컬렉션을 나타내는 스켈레톤 다이얼과 사파이어 케이스백을 통해 정교한 멋을 느낄 수 있다.
브라이틀링은 자사가 개발한 무브먼트를 새롭게 내놓았다. 스플릿 세컨즈 기능을 탑재한 ‘칼리버 B03’을 출시한 것. 2개의 초침이 움직여 이중으로 초를 재능 기능으로, 두 개의 특허까지 획득했다.
이 무브먼트를 최초로 탑재할 모델로는 기계식 크로노그래프의 원로인 ‘내비타이머’가 선정됐다. ‘내비타이머 라트라팡테’는 45mm 사이즈의 스틸 케이스와 250개 한정수량의 레드 골드 케이스로 출시한다.
이 제품은 브라이틀링을 상징하는 ‘B’ 로고와 그 아래 닻 모양의 심벌을 서로 분리했다. B로고는 크로노그래프 핸즈에, 닻 심벌은 스플릿 세컨즈 핸즈에 장착해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작동하면 분리됐다가 겹쳐지기를 반복한다.
해밀턴의 제품 중 올해 바젤월드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브로드웨이’ 컬렉션이었다. 뉴욕의 고층 빌딩을 연상시키는 도회적인 디자인이 특징인 브로드웨이는 지난해 출시된 컬렉션이다.
60시간 연속 파워 리저브 기능을 갖춘 ‘브로드웨이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는 버건디 컬러 스트랩과 다이얼로 스타일을 살렸다. ‘브로드웨이 데이 데이트’ 버전은 더욱 강력한 80시간 연속 파워 리저브를 탑재했다.
해밀턴은 1960∼70년대 높은 인기를 누린 리버스 판다(Reverse Panda) 다이얼의 ‘크로노그래프 B’에서 영감을 받은 리미티드 에디션 ‘인트라 매틱 68 오토 크로노’도 출시했다. 블랙 배경에 두 개의 화이트 서브 다이얼이 꼭 색깔이 뒤바뀐 판다의 얼굴처럼 보인다. H-31 무브먼트, 기존보다 커진 42mm 케이스, 슈퍼 루미노바로 코팅한 시침과 분침이 탑재됐다. 탄생 연도인 1968년에 맞춰 오직 1968 피스만 제작한다.
캘빈클라인 워치 앤드 주얼리는 얇고 가벼운 다이얼이 특징인 ‘시크’와 스포티한 남성미를 강조한 ‘부스트’ 등을 바젤월드에서 새롭게 공개했다. 대표 모델인 ‘미니멀’의 올해 신제품은 햇살 무늬 실버 다이얼에 빈티지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큼직한 ‘CK’ 로고가 박혔다. 유니섹스 제품이기 때문에 젊은 커플이 나란히 착용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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