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성 넘치는 카페 같은 전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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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 ‘카페 소사이어티’전
톡톡 튀는 20, 30대 작가 작품들, 젊은이들의 고뇌-비판의식 엿보여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서울미술관의 ‘카페 소사이어티’전은 얼핏 ‘카페’를 주제로 삼은 전시로 보인다. 미술관 공간을 카페처럼 꾸미고 ‘낭만다방’ ‘콜드 브루’ ‘다크 로스팅’ 등 카페와 연관된 키워드에 따라 작품을 전시했다.》
 
전시작이 카페와 직접 관련 있는 건 아니지만 감각적이라는 점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1950년대 카페처럼 꾸민 ‘낭만다방’은 1950∼70년대에 그려진 미술관의 소장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회화는 생활의 반영이어야 한다’고 믿은 도상봉(1902∼1977)의 ‘정물’, 서민의 화가 박수근(1914∼1965)이 고단하면서도 성실한 모습의 여인들을 그린 ‘여인과 소녀들’ 등이 그렇다.

전시장의 테마는 ‘스윗블라썸’이라고 이름 붙인 공간부터 본격화한다. ‘카페 소사이어티’전의 참여 작가는 ‘낭만다방’ 구역을 제외하곤 모두 20, 30대다. 젊은 작가들답게 작품이 톡톡 튄다. 가령 마쓰에다 유키의 ‘This is EXIT square’는 흔히 보는 비상구 등이지만 등 속의 초록 인간은 튀어나와 있다. 임준호 작가는 막 태어나거나 죽어 가는 동물들을 조각으로 빚고, 흙을 연상시키는 커피가루를 뿌린다. 출생과 죽음의 순간을 ‘흙’과 연결한 것이다. 성경 속 흙으로 빚은 인간, 흙 속에 묻히는 인간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젊은 작가들인 만큼 젊은이들의 고뇌도 포착할 수 있다. 솔채 작가의 ‘길을 잃다’에서 작은 의자는 복도에 놓인 채 수많은 문과 마주하고 있다. 열고 나갈 수 있는 문은 너무나 많지만 젊음을 상징하는 의자는 턱없이 작다.

기슬기 작가는 ‘모래를 씹는 순간’이라는 사진작품에서 두 발을 못이 잔뜩 박힌 스펀지 위에 올려놓는다. 금세라도 못에 찔릴 수 있기에 발은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기 작가가 보여 주는 팽팽한 긴장감은 오늘날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요이한 씨의 ‘Night Mute s#1’(2015년). 내면의 공허함과 꿈을 오가는 순간을 작품 속에 투영하면서 젊은이들이 품은 동경과 허무함을 동시에 그림으로 보여준다. 서울미술관 제공
요이한 씨의 ‘Night Mute s#1’(2015년). 내면의 공허함과 꿈을 오가는 순간을 작품 속에 투영하면서 젊은이들이 품은 동경과 허무함을 동시에 그림으로 보여준다. 서울미술관 제공
요이한 작가의 ‘Night Mute s#1’에서 닿을 수 없는 밤바다 너머를 바라보는 남녀의 모습은 젊은이들이 품은 동경과 공허함을 함께 상징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에세이 ‘월든’에서 영감을 얻은 류성훈 씨의 ‘Walden’(2011년). 서울미술관 제공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에세이 ‘월든’에서 영감을 얻은 류성훈 씨의 ‘Walden’(2011년). 서울미술관 제공
류성훈 작가의 ‘Walden’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에세이 ‘월든’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숲에서 홀로 단순한 삶을 영위하고픈 소망을 담았다.

홍성준 작가의 작품들에는 예술 감상의 추수(追隨)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그의 그림에서 ‘WHAT DO YOU LIKE?’라는 문장이 벽에 세로로 길게 쓰여 있지만 정작 사람들은 맨 아래쪽 ‘?’ 부분에만 몰린 채, 그 ‘?’가 작품의 전부인 양 관심을 갖는다.

왜 카페일까? 기획전의 마지막 구역인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의 갤러리형 카페 35곳을 소개하는 ‘정보의 공간’이다. 모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는 공간이자 편안하게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다. 미술이 그렇게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길 바라는 기획 의도가 담겼다. 6월 18일까지. 3000∼9000원.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서울미술관#카페 소사이어티#낭만다방#콜드 브루#다크 로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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