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분 올릴 때마다 1∼3명씩 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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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지산동 고분 발굴조사 보고서
6세기 초 대가야 지배층 무덤, 주곽-부곽 주변 순장곽 5기 발견

경북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 518호분. 무덤 주인이 묻힌 주곽을 중심으로 부곽과 순장곽 5기가 둘러싸고 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경북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 518호분. 무덤 주인이 묻힌 주곽을 중심으로 부곽과 순장곽 5기가 둘러싸고 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대가야 왕릉’인 경북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은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묻는 독특한 순장(殉葬) 풍습으로 유명하다. 신라도 황남대총 등에서 순장 풍습이 확인되지만 대가야만큼 대규모 순장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예컨대 지산동 44호분에서만 총 32기의 순장 석곽들이 발견됐다. 44호분에 묻힌 왕과 함께 최소 32명이 한꺼번에 순장된 셈이다.


대가야 지배층 무덤에 순장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단순히 시종들만 묻혔을까.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지산동 고분군 518호분 발굴조사 보고서에서 순장곽 구조와 조성 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 결과 6세기 전반에 축조된 518호분에서는 무덤 주인이 묻힌 주곽(主槨)과 부장품을 묻는 부곽(副槨), 순장곽 5기가 확인됐다. 새 날개를 닮은 금동 관모(冠帽) 장식과 가는고리에 하트 모양 장식을 매단 금은귀고리, 갑옷, 투구, 말갖춤(마구·馬具) 등 480여 점의 유물도 발견됐다. 발굴팀은 518호분 지름이 44호분(30m)의 절반을 조금 넘는 17m라는 점에서 왕릉은 아니지만, 출토 유물의 수준이 높아 지배층 인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순장곽 5기는 동시에 축조된 게 아니었다. 내부 토층을 비교해보니 주곽과 3∼5호 순장곽을 조성하고 그 위로 봉토를 올린 뒤 나중에 1, 2호 순장곽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순장곽을 만든 직후에는 제사를 올렸으며, 사용한 제기(祭器)를 깨뜨려 봉토에 묻었다. 지산동 고분 내 순장곽들이 주곽과 동시에 조성되지 않은 사실을 처음 알아낸 것이다.

특히 나중에 지어진 1, 2호 순장곽의 규모와 위치가 눈길을 끈다. 주곽과 가장 가까운 1호 순장곽은 나머지 순장곽들보다 크다. 내부에선 토기와 함께 금동귀고리가 발견됐다. 2호 순장곽은 유일하게 무덤 주인의 머리가 향하는 북쪽에 자리 잡았는데 내부에서 둥근고리큰칼(環頭大刀·환두대도)이 나왔다. 이 때문에 발굴팀은 1호 순장곽에 무덤 주인의 부인이, 2호 순장곽에 호위무사가 각각 묻혔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정인태 가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말갖춤 장식이 금동과 쇠 두 세트로 만들어진 건 드물다”며 “피장자가 유력층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대가야 왕릉#고령군 지산동 고분군#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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