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시한폭탄 다루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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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53기 결승 4국 8보(85∼93)

 흑 ○가 시한폭탄처럼 남아 있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당장 이 시한폭탄에 불을 붙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흑으로선 시한폭탄을 터뜨릴 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상대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흑은 85로 좌하귀부터 건드린다. 여기도 흑에 골치 아픈 곳이다. 그냥 첫눈에는 참고도 백 1로 직접 막고 싶은데 흑 2 때 응수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론 백 3, 5로 둬야 하는데 흑 8, 10의 콤비네이션이 화려한 불꽃처럼 터진다. 기억해 둘 만한 형태다. 당연히 백이 크게 망한 꼴이다. 백 86으로 늦춰 귀를 확실히 지켰으나 중앙 쪽으로 나간 백 넉 점이 끊기는 수가 생겼다.

 흑은 87, 89로 백 넉 점 끊는 수를 두기 위한 사전 공작에 나섰다. 여기에 벽을 쌓아 놓은 뒤 실전처럼 93으로 허리를 끊자는 것. 여기서 백이 넉 점을 살리기 위해 보강하면 상변 쪽이 다친다. 홍기표 4단은 눈 딱 감고 92까지 상변을 보강한다. 상변에선 손 빼면 손해 보는 게 눈에 직접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는 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 9단은 아까부터 노리던 93으로 절단해 간다. 여기서 항서를 받자는 뜻인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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