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벌이는 두 절친의 ‘우정의 무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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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우리의 여자들’로 한무대 서는 배우 안내상-우현

연극 ‘우리의 여자들’로 18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30년 지기 안내상(아래)과 우현. 이들은 “영화 ‘시실리 2km’ 이후 12년 만에 함께하는 언론 인터뷰라 뜻깊다”며 “이번 작품은 30년 우정의 상징적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연극 ‘우리의 여자들’로 18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30년 지기 안내상(아래)과 우현. 이들은 “영화 ‘시실리 2km’ 이후 12년 만에 함께하는 언론 인터뷰라 뜻깊다”며 “이번 작품은 30년 우정의 상징적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연세대 신학과 84학번 동기인 배우 안내상(52)과 우현(52)이 연극 ‘라이어’ 이후 18년 만에 연극 무대에 나란히 오른다. 프랑스 연극계의 권위 있는 상인 몰리에르상 작가상을 받은 에리크 아수스의 연극 ‘우리의 여자들’을 통해서다. 우발적으로 아내를 목 졸라 죽인 친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 명의 죽마고우 이야기로 안내상은 폴 역을, 우현은 시몽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대학로 극장에서 만난 30년 지기는 서로에 대해 ‘디스’와 ‘칭찬’의 경계를 오갔다.

 안내상은 “‘우리의 여자들’ 대본을 읽자마자 죽기 전에 꼭 출연해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친구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기에 죽마고우인 우현이랑 꼭 같이 연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길로 그는 우현을 찾아가 출연을 제안했다. 하지만 18년째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한 우현은 단칼에 거절했다. 결국 안내상은 두 달에 걸쳐 친구를 설득했다.

 벗의 간절한 ‘구애’에 마음을 돌린 걸까. 우현의 답변은 ‘아니올시다’였다. “설득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를 보다가 문득 도전정신이 생기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연극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죠.”

 우현이 18년간 무대 공포증에 시달린 이유는 뭘까. 그는 졸업 후 학교 앞에서 호프집 사장을 하면서 연극인을 후원하다 1998년 안내상의 제안을 받았다.

 “제가 1995년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심바새메’(심야에는 바바라, 새벽에는 메리)에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1998년 반(半)호프집 사장, 반연극인으로 살던 현이한테 ‘이 작품 재밌으니 네가 한번 제작해봐’라고 제안했더니 덥석 물었어요.”(안내상)

 이런 사연으로 우현은 졸지에 연극 ‘라이어’ 제작자가 됐다.

 “제작비를 투자하면서 간간이 ‘게이’ 역할로 무대에 올랐어요. 근데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무대 설 때마다 두렵더라고. 그 다음부터 무대 공포증이 생겨버렸죠. 하하.”(우현)

 그러나 우현은 연기할 팔자였나 보다. 우연히 한 영화에서 조연 배우가 펑크를 내 ‘땜빵’하러 갔는데 감독이 그의 외모를 보더니 즉석에서 허락한 것. 이후 그는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2003년), ‘왕의남자’(2005년) 등 30여 편의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해 ‘신 스틸러’ 반열에 올랐다.

 우현은 ‘우리의 여자들’을 통해 무대 공포증을 극복했다고 자평했다. “공연장을 나서기 전 아내 목을 한 번씩 조르고 나올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한 상태입니다.(웃음)”

 옆에서 듣던 안내상은 “18년 전 우현의 연기는 사실 어이없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배우로서의 진가를 제대로 봤다”고 했다.

 서로의 장점에 대해 묻자 안내상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의 ‘개성 있는 얼굴’을 꼽았다. “MBC 무한도전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편에서 현이가 1등을 했잖아요. 저는 개성 있는 얼굴을 가지지 못해 너무 한스럽습니다. 왜 부모님은 날 이렇게 잘생기게 낳았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하하.”

 이에 질세라 우현도 되받아친다. “예전부터 내상이랑 같이 다니면 남녀 모두 내상이한테 빠졌어요, 참나. 하지만 다들 제 내면을 접한 뒤엔 제게 빠지더군요.”

 2017년 2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전석 5만 원. 1544-1555

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우리의 여자들#안내상#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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