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법정스님 삶 다룬 소설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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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남씨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
청년 법정의 미출간 글 23편도 담겨

10년 넘게 법정 스님의 삶을 추적한 소설가 백금남씨는 혼란스러운 스님의 출생, 출가 시기에 대해 “스님은 1932년 10월에 태어났고 출가는 1955년에 했다”고 주장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0년 넘게 법정 스님의 삶을 추적한 소설가 백금남씨는 혼란스러운 스님의 출생, 출가 시기에 대해 “스님은 1932년 10월에 태어났고 출가는 1955년에 했다”고 주장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법정 스님(1932∼2010)의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젊은 시절 글 23편과 삶을 엮어 소설로 다룬 책이 나왔다.

최근 출간된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쌤앤파커스)는 전남 목포 유달산 자락에서 등대지기를 꿈꾸며 자란 소년이 출가한 뒤 무소유의 수행자이자 1000만 권 넘게 팔린 작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 여정을 담았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삶을 바탕으로 지인 수십 명의 회고와 스님이 발표한 글들을 교차시켰다. 특히 스님이 현재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에 1963∼1969년 기고한 시 12편, 불교 설화 7편, 칼럼 4편 등의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산그늘도 내리기를 머뭇대던/그러한 어느 날/나는/안타까와하는 코스모스의/눈매를 보고/마음 같은 표지를 써붙여 놓았다.’

대한불교의 독자 투고란에 실린 스님의 첫 시 ‘미소’의 일부다. 스님은 젊은 시절 자신이 기거하던 공간에 소소산방(笑笑山房)이란 이름을 붙였고, 소소산인(笑笑山人)이란 필명으로 시를 기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화는 불교 경전에서 빌려와 우화식으로 정리한 것이 많다. 스님은 ‘부처님 전 상서’란 제목의 칼럼들에서는 당시 기복신앙에 물든 불교와 폐쇄적 승가를 질타했다.

저자인 소설가 백금남 씨는 900만 명의 관객이 든 영화 ‘관상’의 원작소설 작가로 1985년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 작품 활동에 나섰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궁합’ ‘명당’도 내년에 개봉 예정이다.

그는 “1976년 스님의 ‘무소유’를 처음 접한 뒤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나’라는 충격에 빠졌다”며 “2004년 길상사 법회 때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뒤 스님의 삶을 다룬 소설을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님의 글 23편을 찾아낸 것에 대해 “스님이 40대에 ‘무소유’를 낼 때까지 분명 습작 기간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 아래 무작정 불교 관련 신문 잡지를 도서관에서 일일이 뒤져 발견했다”며 “초기 시나 설화는 어눌한 편이지만 무소유의 밑거름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법정 스님을 생전에 미국의 고려사에서 잠시 모셨던 조카 상좌인 원경 스님은 "일상이 그대로 선(禪)이었던 법정 스님의 혼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어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황사 주지인 금강 스님도 "생전 법정 스님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불일암 툇마루에서 스님이 주시는 맑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이번 책의 발간은 원경 스님이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이자 길상사 주지인 덕일 스님에게 허락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무소유#법정 스님#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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