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실수 연발… 그래서 인기있는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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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흥국

김흥국
“너 안재욱 결혼식에 왜 안 왔어?”(김흥국)

“(안재욱과 친분이 없고 결혼 소식을)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개그맨 조세호)

한 예능프로에서 던진 김흥국(57)의 말이 화제다. 억울한 표정으로 해명 아닌 해명을 한 조세호도 ‘프로 불참러’(경조사 등에 상습적으로 불참하는 사람)라는 애칭을 얻으며 덩달아 인기가 올랐다. “너 왜 ○○에 안 왔어?”가 유행어가 됐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김흥국 현상’이라고까지 말한다. 그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으며 사람들은 왜 김흥국을 ‘즐기고’ 있을까.

행적과 스펙만 보면 그는 젊은 세대에게 ‘꼰대’다. 그는 1985년 노래 ‘창백한 꽃잎’으로 데뷔한 가수지만 해병대와 축구로 더 알려졌다. 그는 방송에서 해병대 경력을 과시하고 후배들에게도 “군대는 해병대”라고 말한다. 월드컵이 열리면 개최국을 찾아 현지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그를 쉽게 볼 수 있다. 군대와 축구를 사랑하는, 젊은 여성에게 전형적인 비호감 캐릭터. 여기에 두서없이 말을 내뱉다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오른다.

돌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도 많다. 1997년 음주 뺑소니 사고로 구속됐고, 2013년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정치권 언저리를 맴돌며 2011년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의원 지원활동을 하다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에서 퇴출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데다 자기 고집이 세고 변화를 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 함께 일하기 힘들었다”며 “이런 스타일 때문에 ‘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일관성이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인기의 요인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원래 그런 사람’으로 여기며 그의 실수조차 재미로 받아들인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다른 연예인이 비호감 행동을 하거나 기대와 다른 행동을 하면 ‘이중적’이라고 비난받지만, 김흥국에게는 기대 불일치가 없다”며 “그의 말장난까지 ‘아재개그’로 유행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작위적이지 않은 듯한 모습도 인기 이유로 분석된다. 최근 거짓말탐지기가 동원된 MBC ‘섹션TV 연예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웃음을 위해 일부러 단어를 틀리게 말한 적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대답했는데, 이게 탐지기에서 진심으로 나오며 웃음을 줬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박진경 PD는 “TV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일상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며 “연출도 안 통하는 그의 리얼리티가 요즘 예능과 잘 맞는다”고 했다.

그의 인기를 사람들의 의식구조 변화에서 찾는 전문가도 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처럼 악명 높은 인물도 유희로서 즐기는 문화가 우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 풍토가 젊은 세대에게 정착되고 있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보가 넘치면서 사람들이 이전 정보를 쉽게 망각하고 있다”며 “한 인물이 어떤 일로 물의를 일으켰는지를 따지기보다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즐긴다”고 했다.

그의 인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그의 ‘두서없음’처럼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거침없는 화법은 예상 못한 웃음을 주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잔실수가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구가인 기자
#김흥국#꼰대 개그#말실수#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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