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걸’, 자신과 주변을 변화시키는 죄책감과 책무에 관한 영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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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 열 번째 장편 ‘언노운 걸’ 공개한 장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 감독

영화 ‘언노운 걸’(아래 사진)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형 장피에르(위 사진 왼쪽), 동생 뤼크 다르덴 감독. 이들은 오랜 공동 창작이 가능한 비결을 묻자 “우린 원래 한 몸이고, 밖에 나와 말할 때만 둘로 몸이 나뉜다”며 농담을 던졌다.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칸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언노운 걸’(아래 사진)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형 장피에르(위 사진 왼쪽), 동생 뤼크 다르덴 감독. 이들은 오랜 공동 창작이 가능한 비결을 묻자 “우린 원래 한 몸이고, 밖에 나와 말할 때만 둘로 몸이 나뉜다”며 농담을 던졌다.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칸국제영화제 제공
“오늘은 통역사가 혼자 말할 거예요. 사실 우리가 말하는 프랑스어는 언어가 아니라 짖는 소리일 뿐이거든요.”(뤼크 다르덴)

최근 프랑스 칸에서 만난 장피에르(65), 뤼크 다르덴(62) 형제는 유쾌했다. 기자의 질문에 시종일관 옅은 미소를 띤 채 답하는 형제는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담고 있는 본인들의 영화와 닮아 있었다.

“우리는 실은 한 몸인데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믿길 정도로 두 사람의 답변은 마치 한 사람처럼 때론 이어지고, 때론 서로를 보충했다.

형제 감독이 연출한 열 번째 장편 극영화 ‘언노운 걸’이 올해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언노운 걸’은 벨기에 리에주 지역의 한 동네 의사 제니(아델 에넬)가 진료시간이 지나 찾아왔다는 이유로 무심코 지나쳤던 한 소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소녀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언노운 걸’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실제 의사로 일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친구가 아는 의사 중에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마약 거래 실태를 밝혀낸 사건이 있었는데, 방문 진료를 하는 일반 개업의여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거다. 죽음을 지연시켜야 할 의무를 지닌 의사가 자기가 그냥 지나친 탓에 환자가 죽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출발해 죄책감과 책무(accountability)의 문제를 탐구하려 했다.”

―영화 속에서 제니는 범인을 찾는 대신 소녀의 정체를 추적한다.

“수사물을 만들려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다운 이유에서 행동하도록 설정했다. 소녀의 이름을 찾는다는 것은 소녀를 원래의 인생, 그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제니는 죄책감으로 자기연민에 빠지는 대신 실제 행동에 나서고, 그를 통해 주변을 모두 변화시킨다.”

―그동안 인간의 죄책감을 주제로 많이 다뤄 왔다.

“다루면 안 되는가?(웃음) 죄책감은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특징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에 대해 뭔가를 빚졌다고 느끼기도 하지 않나. 현대사회의 질병 중 하나는 무관심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흥미만 내세우는 것 말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빚졌다는 사실, 새장을 깨고 나와 진정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타인이 돕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열 번째 장편 극영화고, 3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해 왔다. 그동안 세계관이나 인간관이 바뀌었다고 느끼지는 않는가.


“와, 큰 질문이다. 답하기 어렵지만…. 세상이 멸망할 거라는 얘기는 싫어한다. 너무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세상은 진보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교육받고 있지 않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장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 감독#언노운 걸#칸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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