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21년 전 사라진 삼풍백화점, 그날의 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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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서울, 삼풍/류진아 등 지음/280쪽·1만6000원·동아시아

당시 8세였던 박민기(가명) 씨는 백화점 건너편 아파트에 살았다. 이 백화점을 동네 슈퍼처럼 드나들었고 그날도 그랬다. 어머니, 사촌누나와 쇼핑을 마치고 정문을 나오는 순간 백화점이 무너졌다. 사촌누나는 건물 파편에 맞아 한쪽 눈을 실명했다. 어머니는 지금도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불안증세와 간질증세를 보인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3초 만에 무너진 삼풍백화점 사고에 관한 기록이다. 6·25전쟁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사상자가 발생했다. 502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쳤지만 사고에 대한 변변한 기록이 그동안 없었다. 21년 전 기억을 되살린 것은 세월호 참사 기록물이 우리 사회의 기록문화를 풍성하게 한 것을 보며 당시 기억을 역사로 남기기 위해서다.

이 책은 서울문화재단이 기획한 ‘메모리 서울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과 시민의 삶을 잊지 않도록 기록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 책은 5명의 ‘기억 수집가’가 2014년 10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삼풍 사고 당사자 108명을 인터뷰해 59명의 구술을 실었다.

붕괴 현장에서 골프채를 훔치는 좀도둑을 잡은 경찰, 취재를 위해 자원봉사자로 위장한 기자, 매몰된 부상자에게 노래를 불러준 119 구조대원, 수백 구의 시신 지문을 채취한 경찰의 목소리가 담겼다.

당시 대한건축사협회 이사로 특별대책점검반에 참여한 이종관 씨와 서초소방서가 찍은 사진 30여 장이 첨부돼 그날의 기억을 시각화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1995년 서울 삼풍#류진아#삼풍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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