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 스미스, 8년전부터 한국어 배운 한국학 박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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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맨부커상 수상]맨부커상 수상의 ‘1등공신’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 씨가 올해 초 영국예술재단에서 올해의 번역가로 선정된 뒤 기뻐하고 있다. 영국예술재단 제공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 씨가 올해 초 영국예술재단에서 올해의 번역가로 선정된 뒤 기뻐하고 있다. 영국예술재단 제공
“문학은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없잖아요. 번역이 그 장벽을 넘게 해주죠. 번역 작업을 지켜볼 때마다 경이로워요.”

한강 씨(46)는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 씨(29)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채식주의자’의 해외 진출과 수상에는 스미스 씨의 공이 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문학 번역가가 되고 싶어 21세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영국에 한국어 전문 번역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틈새시장을 개척한 것. 하지만 한국인을 만나거나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었던 그는 “한국어를 선택한 것은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라고 했다. 그는 런던대에서 한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미스 씨는 자발적으로 ‘채식주의자’ 20쪽을 번역해 영국의 유명 출판사인 포르토벨로에 보냈다. 이 작품에 매료된 이유에 대해 “사회 금기에 도전하는 잔혹하고도 지극히 시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8년간 한국어를 공부해 예술적이고 세련되게 번역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는 영문학을 전공하며 강도 높게 읽고 쓰는 훈련을 한 것이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를 지켜본 이들은 문학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한국어 말하기 실력은 아주 능숙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 역시 작품성을 알아봤다. 섬세하게 번역된 ‘채식주의자’를 본 순간 맥스 포터 포르토벨로 수석편집자는 “완벽하게 설득당해 성공을 확신했다”고 술회했다. 시인이기도 한 포터 씨는 영국의 대표적 시인의 이름을 딴 딜런 토머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미스 씨는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한 씨의 소설 ‘소년이 온다’도 번역해 올해 초 영국에서 출간했다. 외국인이 5·18민주화운동을 잘 모른다는 점을 고려해 이 운동의 정치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는 역자 서문을 실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스미스 씨는 번역 문학책을 내는 전문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를 최근 설립했다. 안도현 씨의 ‘연어’를 비롯해 배수아 씨의 ‘에세이스트의 책상’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도 번역했다. 다음 달 열리는 서울 국제도서전에 참석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스미스#채식주의자#번역가#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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