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에르메스 극한의 품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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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장소: 고려대 화정체육관.’

신선했다. 에르메스다웠다.

에르메스는 17일 밤 한국에서 첫 패션쇼를 열면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을 패션쇼 장소로 정했다. 에르메스 측에 왜 ‘체육관 쇼’인가 이유를 물었다. “고객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몸을 옥죄지 않는 편안한 실루엣의 톱과 바지, 경쾌한 스니커즈, 넉넉한 크기의 가방. ‘2016년 봄 여름 에르메스 컬렉션’은 우아한 스포티즘을 내년 당신의 스타일로 제안한다.
몸을 옥죄지 않는 편안한 실루엣의 톱과 바지, 경쾌한 스니커즈, 넉넉한 크기의 가방. ‘2016년 봄 여름 에르메스 컬렉션’은 우아한 스포티즘을 내년 당신의 스타일로 제안한다.

흰색 천과 가림막으로 장식된 체육관은 이미 체육관이 아니었다. 높은 천장이 무대의 느낌을 절제의 미학으로 창조해냈다.

이날 에르메스가 초대한 고객 700여 명 중 절반 이상은 에르메스 고객이었다. 초대된 극소수 연예인보다 이 고객들이 훨씬 더 우아하고 예뻤다. 나이가 많고 적음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재계 유명인사가 나타나도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무대에 불이 켜지자 흰색 옷을 입은 남자 모델들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아, 이렇게 조용하게 쇼가 시작되나’. 알고 보니 손님을 맞기 위해 깔아둔 흰색 천을 걷으러 나온 모델들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가벼운 날씨 얘기를 나누듯, 쇼를 기다리는 손님과 쇼는 그렇게 유머러스하게 만났다.

쇼가 시작됐다. 흰색 브래지어 톱 위에 검은색 조끼와 바지를 입은 여자 모델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군더더기 없는 검은색 민소매 원피스, 검은색 가죽 민소매 톱에 흰색의 통 넓은 바지를 입고 흰색 스니커즈를 매치한 차림. 한없이 여성스러운 푸른색 실크 드레스는 푸른 나비를 연상케 했다.

에르메스는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다. 가죽을 마치 얇은 종이처럼 주름잡아 만든 옷들로 담담하고 편안하게 에르메스의 품위를 말한다.

그래서 에르메스다.


글·사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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