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뺀 ‘기자 영화’ 이번엔 기 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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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봉 ‘특종: 량첸살인기’ 이어 11월 25일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기자는 힘도, ‘빽’도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특종인 줄 알았던 기사가 오보로 밝혀지며 궁지에 몰리는 방송사 기자 허무혁이 주인공인 ‘특종: 량첸살인기’(왼쪽)와 입사하자마자 ‘영혼탈곡기’ 부장에게 말 그대로 탈탈 털리는 수습기자 도라희가 주인공인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퍼스트룩 제공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기자는 힘도, ‘빽’도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특종인 줄 알았던 기사가 오보로 밝혀지며 궁지에 몰리는 방송사 기자 허무혁이 주인공인 ‘특종: 량첸살인기’(왼쪽)와 입사하자마자 ‘영혼탈곡기’ 부장에게 말 그대로 탈탈 털리는 수습기자 도라희가 주인공인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퍼스트룩 제공
하나의 유령이 한국 영화계를 떠돌고 있다. ‘기자 필패(必敗)설’이라는 유령이.

형사, 변호사,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이 활약하는 한국 영화에서 유난히 맥을 못 추는 직업군은 바로 언론인이다. 최근 몇 년 새 개봉한 영화만 봐도 그렇다. ‘모비딕’(2011년·43만 명) ‘찌라시: 위험한 소문’(2014년·122만 명) ‘제보자’(2015년·175만 명) ‘소수의견’(2015년·38만 명)…. 기자 혹은 PD를 주연으로 내세운 이 영화들은 황정민 김강우 박해일 김옥빈 등을 기용하고도 큰 재미를 못 봤다. 그나마 앵커가 주인공인 ‘더 테러 라이브’(2013년)가 관객 550만 명이 들며 체면치레를 한 정도다. ‘기자가 나오는 영화는 망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2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22일 개봉하는 ‘특종: 량첸살인기’는 방송사 기자 허무혁(조정석), 11월 25일 개봉 예정인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스포츠신문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가 주인공이다.

‘기자 필패설’을 의식한 건지 두 영화가 기자를 그리는 방식은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몸을 낮췄다. 무혁과 라희는 모두 사건을 파헤치는 정의의 사도나 권력과 야합하는 부도덕한 인물이 아닌, 회사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생활인으로 그려진다.

‘특종’의 무혁은 윗선의 ‘코드’를 못 맞춘 탓에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인물. 우연히 연쇄살인범의 은신처를 발견해 특종을 터뜨리지만 그 연쇄살인범은 실은 연쇄살인범을 연기하는 연극배우였다. 무혁이 자신의 보도가 오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영화에는 무혁의 단독 보도를 사실 확인도 없이 전 언론사가 받아쓰고, 광고영업을 하는 임원진이 보도 내용에 간섭하는 식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여럿 등장한다. 대신 상사의 압박에 ‘까라면 까야’ 하는 무혁의 고충은 더욱 강조된다. 노덕 감독은 “무혁을 그저 평범한 월급쟁이로 봤다”고 말했다.

‘열정…’ 역시 홍보 포스터에서 라희를 수습기자 대신 수습사원으로 지칭한다. 배급사인 NEW의 양은진 마케팅팀장은 “언론사가 여러 사건사고가 터지는 드라마틱한 장소라 영화에 유리한 배경이라고 봤지만 무엇보다 사회 초년생이 처음 회사에 들어가 겪는 일을 코믹하게 그리는 데 주력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언론사라는 배경보다는 장르적 재미에 집중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특종’은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가 결합한 작품. 영화 전반부는 무혁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 보도를 계속하며 벌이는 좌충우돌이 킬킬대는 웃음을 자아낸다. 범인의 정체와 의도가 서서히 드러나는 영화 후반부부터는 꽤 순도 높은 긴장감과 오싹함을 선사한다. ‘열정…’은 ‘영혼탈곡기’로 불리는 부장 하재관(정재영)과 라희라는 두 캐릭터 간 합이 보여주는 코미디가 중점이다.

드라마에서는 이 두 가지 차별화 전략으로 ‘기자 필패설’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말 방영된 드라마 ‘피노키오’는 방송사 수습기자들이 겪는 고생담에 추리와 멜로를 가미해 10%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선전했다. 현재 방영 중인 ‘그녀는 예뻤다’도 잡지사가 배경이지만 인물들의 캐릭터를 강조한 코미디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과연 ‘특종’과 ‘열정…’은 이 ‘기자 필패설’이라는 유령을 물리치고 흥행 선언을 할 수 있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특종: 량첸살인기#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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