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女’, 지휘봉의 기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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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음악 ‘여성 3인방’이 말하는 음악 감독의 세계

뮤지컬 음악감독은 뮤지컬이란 배의 선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뮤지컬에서 배우와 관객의 감정을 이어주는 ‘음악’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많은 제작사가 선호하는 음악감독 ‘여성 3인방’인 김문정(위 사진), 원미솔(왼쪽 아래), 장소영 감독. 김문정·악어컴퍼니·오디뮤지컬 제공
뮤지컬 음악감독은 뮤지컬이란 배의 선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뮤지컬에서 배우와 관객의 감정을 이어주는 ‘음악’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많은 제작사가 선호하는 음악감독 ‘여성 3인방’인 김문정(위 사진), 원미솔(왼쪽 아래), 장소영 감독. 김문정·악어컴퍼니·오디뮤지컬 제공
《 뮤지컬 공연 시작 전 가장 먼저 관객의 박수를 받는 사람, 공연 후 가장 마지막에 관객의 박수를 받는 사람이 있다. 뮤지컬 ‘음악 감독’이다.

뮤지컬 음악 감독 세계에선 ‘여풍(女風)’이 거세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엘리자벳’ ‘명성황후’ 등 올해 10개의 작품을 맡고 있는 김문정 감독(44),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드림걸즈’ ‘베어더뮤지컬’의 16년차 원미솔 감독(38), 뮤지컬 ‘라카지’ ‘형제는 용감했다’의 장소영 감독(44) 등이다. ‘여성 3인방’에게 뮤지컬 음악 감독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

○ 뮤지컬의 내비게이션

음악 감독은 공연 시작의 키를 쥔 사람이다. 음악 감독의 지휘에 맞춰 오케스트라가 서곡을 연주하면서 막이 오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음악 감독의 지휘봉에 따라 연주자들이 연주를 시작하고 배우들은 노래의 첫 박자를 맞추며 호흡을 조절한다”며 “음악 감독은 뮤지컬의 내비게이션”이라고 설명했다.

음악 감독은 작품의 ‘음악’을 총책임지는 리더이지만, 작품 전반에 그들의 땀이 배지 않는 곳이 없다. 원 감독은 “창작 뮤지컬은 대개 2년 전, 라이선스 작품은 1년 전부터 작업에 들어간다”며 “대본 작업부터 참여해 주로 음악에 맞게 개사를 하거나 새로운 곡을 만든다”고 말했다.

배우 캐스팅 때도 음악 감독은 주요 심사위원이다. 장 감독은 “배역에 맞는 음색의 배우를 골라내는 게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말한다. 7, 8주간의 연습 기간에는 오케스트라 합주 연습을 하면서 같은 배역을 맡은 배우라도 서로 음역대가 다른 만큼 이를 맞추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제작사가 선호하는 음악 감독은 극소수다. 김 감독은 최근에는 동시에 4개 뮤지컬에 ‘겹치기 감독’을 맡았다. 같은 시간대 다른 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공연을 소화하기 위해 잘나가는 감독들은 ‘협력 음악 감독’을 둔다. 김 감독은 3명, 원 감독은 4명, 장 감독은 2명의 협력 음악 감독을 두고 있다.

○ 공연 전에 화장실과 금식은 필수

음악 감독은 공연 내내 지휘봉을 휘둘러야 한다.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루케니 역의 배우 최민철이 2막 정신병원 장면에서 객석을 향해 “매일 밤 무시무시한 흰 막대기를 들고 미친년처럼 손을 휘젓는 여자!”라는 애드리브 대사와 함께 음악 감독을 소개했을 정도다.

김 감독은 “‘레미제라블’의 경우 에포닌의 독창 네 소절에 물을 마시지 못하면 공연이 끝날 때까지 물 마실 틈이 없고 ‘명성황후’는 아예 한순간도 쉴 틈이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엘리자벳 초연 때 장염에 걸려 공연 내내 배를 쥐어뜯은 이후로는 공연 전엔 늘 금식한다”고 말했다. 원 감독도 “생리현상이 가장 참기 힘든 고충”이라며 “저녁 공연이 있는 날에는 오후 6시부터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음악 감독 입문 전 건반 세션으로 활동

세 명의 공통점은 음악 감독 데뷔 전 뮤지컬 오케스트라 건반 주자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1997년 명성황후의 반주자로 발을 들여놓은 뒤 2001년 뮤지컬 ‘둘리’로 음악 감독에 데뷔했다. 그는 “데뷔 전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동기들과 노래방 기계에 들어가는 수천 곡의 반주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편곡과 악기 사용법을 제대로 익혔다”며 웃었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원 감독은 22세에 음악 감독이 됐다.

원 감독은 “1999년 뮤지컬 ‘록햄릿’의 오디션 반주자로 시작해 건반 세션을 하게 됐고 이후 제작자 눈에 띄어 음악 감독이 됐다”고 말했다. 장 감독도 연세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가족’ 등의 오케스트라 편곡자와 반주자로 활동하다 2004년 뮤지컬 ‘하드락카페’의 음악 감독으로 데뷔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음악 감독#뮤지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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