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SNS로… 뉴미디어 시대 라디오가 살아남는 법

평화방송 ‘음악, 삶을 만나다’… 자체 앱 출시 청취자와 직접 소통
카페서 현장녹음-UCC홍보 등 지상파 방송 급변 환경서 다양한 시도
유선 방식 청취율 조사 개선 목소리

평화방송 라디오 ‘음악, 삶을 만나다’ 애플리케이션의 메뉴 선택 화면. 평화방송 제공

“안녕하세요, DJ 님. 목동 사는 ×××입니다. 프로그램 게시판에 가끔 글 남겼는데 동영상으로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네요. 모두 힘내시고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신청합니다!”(청취자 ○○○ 씨 동영상 사연)

평화방송 라디오의 심야 음악프로그램 ‘음악, 삶을 만나다’(이하 음삶·매일 오전 1∼2시)는 이달 초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고릴라’(SBS) ‘콩’(KBS) 등 방송사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망라해놓은 통합 앱과 달리 개별 프로그램이 자체 앱을 따로 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음삶 앱은 청취자가 직접 음성이나 동영상 메시지를 녹음·녹화·편집해 제작진에 전송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종성 DJ는 “청취자의 음성·영상 메시지를 받아 소개하는 라디오 앱은 세계 최초일 것”이라면서 “매체의 격변기에 살아남기 위해 작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음삶은 아날로그 정서를 접목하기 위해 핑크 플로이드, 양희은 등의 명반을 LP 레코드로 감상하는 ‘LP로 듣다’ 코너도 신설했다.

지상파 라디오의 소통과 제작 방식이 바뀌고 있다. 청취자가 음성, 영상까지 보낼 수 있는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 삶을 만나다’의 애플리케이션으로 한 여성이 음성사연을 녹음하고 있다(왼쪽 사진). SBS 파워FM심야방송 ‘애프터 클럽’의 DJ인 가수 김예림. 이 프로의 일부 DJ는 방송분을 집에서 녹음한다. 평화방송 제공·‘애프터 클럽’ 페이스북

최근 음악 스트리밍, 웹-모바일 기반 라디오, 팟캐스트까지 다양한 경쟁 매체의 출현으로 라디오가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경쟁 관계에 있는 뉴미디어와 손잡기도 한다. 지상파 방송 3사는 무료 스트리밍 앱 ‘비트’와 손잡고 올해 초부터 라디오 프로그램 다시 듣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저작권 문제로 방송사 앱이나 홈페이지에서는 방송된 노래를 일부만 들을 수 있는 한계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것.

‘방송은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는 룰도 깼다. SBS 파워FM이 최근 1년간 방송한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서울 마포구 독막로에 위치한 ‘빨간책방카페’에서 녹음됐다. 방송되지 못한 부분은 팟캐스트에서 들을 수 있다. SBS 파워FM의 새벽 음악 프로그램 ‘애프터 클럽’(매일 오전 3∼4시)은 요일별 DJ인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히치하이커가 자기 집에서 녹음해 보낸 음성파일을 편집해 방송한다. 파워FM의 은지향 CP는 “‘두시탈출 컬투쇼’의 경우 ‘레전드 사연’들을 청취자 공모를 통해 손수제작물(UCC)로 제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홍보하는 등 라디오가 새 환경에서 소통하는 법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청취율 조사는 여전히 유선 전화로 이뤄지고 있어 실제 청취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라디오 청취율은 조사업체가 수도권 13∼69세 청취자 3000명에게 무작위로 유선전화를 걸어 설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 지상파 라디오 PD는 “자동차 안에서 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라디오를 듣는 이가 다수인 시대에 유선전화 설문은 시대착오적이다. 새로운 조사 방식이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