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好통]쌤앤파커스 사태 출판계, 아픈 만큼 성숙해지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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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김윤종 기자
최근 출판인들 사이에서는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쌤앤파커스’ 이야기가 자주 화제에 오른다. 지난달 24일 쌤앤파커스 박시형 대표(51)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대표이사에서 사임한다”며 보유한 회사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본보 11월 13일자 A28면 참조

매각 이후에도 “인수액이 180억 원이라 놀랐다” “박 대표가 출판업무를 돕는다는 내용을 매각계약서에 넣었다가 매각 후 말을 바꿔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주요 작가들과 인세 등에서 불화가 생겨 예전부터 매각을 준비했다” 등 여러 소문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이 출판사는 삼성물산을 거쳐 개인무역회사를 운영해오던 이성만 씨가 대표를 맡게 됐다.

돌이켜보면 쌤앤파커스는 출판계의 이슈 메이커였다. 2006년 창업 당시 정보기술(IT) 기업 에스에이엠티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이 회사는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출발해 분사했다. 에스에이엠티의 ‘샘(SAM)’과 박 대표의 성(PARK)이 합쳐져 ‘쌤앤파커스’가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2010년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2011년에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가파른 성공만큼이나 추락 폭도 컸다. 지난해 7월 쌤앤파커스 수습 여사원이 “상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사직한 뒤 상무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상무는 사표를 냈지만 올해 4월 서울서부지검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하면서 9월 회사에 복귀했다. 그러나 여사원이 성추행 피해를 계속 주장하면서 복귀에 대한 비판이 확산됐고 결국 회사를 매각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다.

성추행 사건을 제외하고 출판 분야에서 이룬 쌤앤파커스의 업적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다.

“베스트셀러 제조기였죠. 그런데 책 자체가 좋기보다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 때문이란 시각이 많았어요. 책을 통해 출판에 공헌했냐고 보면 ‘아니다’란 의견이 많습니다.”(A출판사 관계자) “힐링 등 독자가 원하는 코드를 읽어내 책으로 만드는 기획력의 긍정적인 면은 배워야 합니다.”(B출판사 직원)

‘쌤앤파커스 사태를 계기로 출판계 전체를 돌아보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출판계가 당장은 어렵지만 인재를 소중히 생각하고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다소 늦더라도 한 권, 한 권 좋은 책을 발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처럼 출판계 전체가 아픈 만큼 성숙해지길 기대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쌤앤파커스#박시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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