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동해일 뿐, 일본해가 될 수 없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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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는 누구의 바다인가’ 책 펴낸 불문학자 서정철 교수

서정철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동해 표기는 일본해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정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불문학자인 그는 지난 40년간 모은 고지도 180여 장을 2010년 서울역사박물관에 모두 기증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서정철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동해 표기는 일본해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정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불문학자인 그는 지난 40년간 모은 고지도 180여 장을 2010년 서울역사박물관에 모두 기증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칠순을 넘긴 불문학자가 40년 동안 끈질기게 추적한 ‘동해 명칭’의 진실을 집대성했다. 서정철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동료 불문학자인 부인 김인환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동해는 누구의 바다인가’(김영사)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동해 관련 연구서 가운데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될 예정이다.

‘일본해가 아닌 동해가 맞다’는 학계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나왔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학술서는 거의 없었다. 사학이나 지리학 전공자가 아닌 불문학자가 책을 펴낸 것도 이례적이다.

서 교수는 일본해 표기가 독도 영유권 분쟁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들이 “일본해에 떠 있는 섬이 일본 영토인 건 당연하다”는 논리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역사적으로 일본해 대신 ‘북해(北海)’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이들이 일본해 표기의 역사적 연원으로 내세우는 1602년 마테오 리치의 ‘곤여만국전도’는 당시엔 일본인들의 관심을 끌지도 못했어요. 게다가 외국인인 마테오 리치의 지도를 끌어들이는 건 외래명보다 토착명이 우선한다는 국제 지명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반면 동해 명칭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만 모두 29번 거론될 정도로 우리 역사에 깊이 녹아 있지요.”

일본인들이 일본해 명칭을 지도에 본격적으로 표기한 건 1905년 러일전쟁 직후로 역사가 불과 100여 년밖에 안 된다. 이에 비해 동해는 기원전 4세기경 나온 산해경과 같은 중국 고대 지리서에 이미 기록돼 있다.

불문학자인 그가 전공과 상관이 없는 동해 연구에 빠지게 된 계기가 뭘까. “프랑스 유학 시절이던 1966년 베르사유 궁에서 우연히 한반도 고지도를 본 게 운명적인 만남이었습니다. 프랑스어로 ‘Mer Orientale’(동해)이라고 적힌 걸 보고 사학이나 지리학을 전공하는 유학생들에게 알려줬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더군요.”

그는 한국외국어대 교수로 부임한 후인 1975년 다시 파리를 찾아 고지도 수집에 뛰어들었다. 서 교수는 “낮에는 전공인 불문학을, 밤에는 지도 연구를 병행하는 이중 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동해연구회 창립멤버로 들어가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서 교수가 지난 40년간 사재를 털어 모은 자료는 고지도 180여 장, 고서 20여 권에 이른다. 이 중 1737년 프랑스 당빌이 만든 고지도와 1630년 네덜란드 블라외가 제작한 세계수로지도는 세계적으로 구하기 힘든 희귀본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분신과도 같은 자료들이지만 서 교수는 2000년 서울역사박물관에 이를 모두 기증했다. “40년간 애지중지하며 모아온 자료를 넘기는 데 아쉬운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계속 모으다 보니 나중에는 오히려 심적으로 짐이 되더라고요. 제가 모은 것이지만 결국 공공의 자산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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