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오소연 “사랑에 목숨 건 보니, 지금의 나로선 불가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30일 06시 55분


193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커플갱단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체스트넛 배로우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에서 보니로 분한 오소연. 이 작품에서 오소연은 그동안 꽁꽁 감추어 왔던 치명적인 섹시미와 당찬 여자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사진제공|엠뮤지컬아트
193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커플갱단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체스트넛 배로우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에서 보니로 분한 오소연. 이 작품에서 오소연은 그동안 꽁꽁 감추어 왔던 치명적인 섹시미와 당찬 여자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사진제공|엠뮤지컬아트
■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 오소연

20대 초반 땐 내게도 그런 사랑 있었죠
요즘 보니 덕에 밝아졌단 말 자주 들어요
보니의 마지막 갈등…가장 불쌍한 장면
이 장면 때마다 심호흡 후에 무대 올라


한국에 철수와 영희가 있다면 미국에는 보니와 클라이드가 있다. 우리에게 보니와 클라이드는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아이들도 다 아는 저명인사(?)다. 다른 점은 철수와 영희가 아무 짓도 하지 않은 반면 보니와 클라이드는 악명 높은 커플 갱단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1930년대 대공황시대에 전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갱단이다.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는 이들의 만남과 사랑, 범죄행각에 이은 비참한 최후를 그린 미국 브로드웨이뮤지컬이다. 1967년에 제작된 영화가 유명하다. 국내에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상당히 잘 어울리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 내게도 보니와 같은 사랑이 있었다

배우 오소연(29)은 ‘보니앤클라이드’에서 클라이드의 연인 보니 파커를 맡았다. 노래와 문학(시를 쓴다)에 소질이 있고, 언젠가 스타가 되는 꿈을 가진 시골의 웨이트리스다. 붉은 머리와 멋진 몸매, 성난 클라이드에게 따귀를 맞자 곧바로 따귀를 되 올려붙일 정도로 당찬 성격을 갖고 있다. 스스로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작품의 캐릭터에 깊게 빠져 들다보면 일상에서도 캐릭터의 말투와 행동, 생각의 영향을 받는 배우들이 있다. 오소연도 그런 타입이다. 예전에는 작품을 하면 ‘오소연’이 강했는데, 이제는 ‘캐릭터’가 나온단다. 보니 덕에 요즘 “밝아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오소연은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고, 졸업 후 곧바로 뮤지컬 오디션 전쟁에 뛰어들어 뮤지컬 한 우물만 판 정통 뮤지컬 배우다. 2005년 스누피로 유명한 라이선스 뮤지컬 ‘찰리브라운’으로 데뷔했다. 1996년 열 한 살 때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아역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오소연이 “뮤지컬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이때다.

보니는 지금까지 오소연이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얼굴이다. ‘벽을 뚫는 남자’, ‘넥스트투노멀’, ‘하이스쿨뮤지컬’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여 왔지만 ‘치명적인 섹시함의 소유자’는 처음이다.

보니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니 ‘집어 던져버린’ 여자다. 오소연은 “지금의 나로서는 불가능한 사랑”이라고 했다. 그런 오소연에게도 20대 초반에는 보니와 같은 사랑이 있었다. “그때는 배우에 대한 꿈도 접고 남자와 함께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살아도 행복할 것 같았다”며 또 웃었다.

● 여자들은 왜 나쁜 남자에게 끌릴까

클라이드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다. 절도는 삶의 일상이고, 주특기는 은행털기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의 진실은 보니에 대한 사랑뿐이다. 여자들은 왜 이런 ‘나쁜 남자’들에게 매료될까. 반대편에 선 선한 남자들(?)을 대표로 오소연에게 이유를 물었다.

“여자들은 자신보다 ‘한 수 위’의 남자들을 좋아하잖아요. 자신들이 쉽게 휘두를 수 없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죠. 눈에 보이지 않는 환상이랄까. 그런데 전 나쁜 남자 안 좋아해요.(웃음)”

사랑에 올인한 보니도 극 중 단 한 번 마음을 돌이킬 기회가 있었다. 클라이드가 가게를 털다 실수로 경찰을 사살한 사실을 안 보니는 “떠나겠다”며 울부짖는다. 그러나 보니는 발걸음을 돌리지 못한다. 그녀는 클라이드의 파트너가 되어 범죄행각에 동참하게 되고 결국 그와 처참한 최후를 맞는다.

오소연은 “보니가 가장 안타깝고 불쌍한 장면이다. 이 장면이 다가오면 속으로 심호흡을 하게 된다. ‘드디어 왔구나. 가자!’하고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함께 작업을 했던 선배들은 오소연을 “동급최강의 배우”라고 인정한다.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외모면 외모. 국내 또래의 뮤지컬 여배우 중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오소연은 “칭찬에 약하다. ‘당근’을 주면 날개를 다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보여주마”하고 오기로 할 때도 있지만 나중에 결과를 보면 주변에서 “우쭈쭈”하고 칭찬을 해주었을 때 더 좋았던 것 같단다.

인터뷰를 마치고 긴장이 스윽 풀리자 ‘보니’가 사라지고 ‘오소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밝고 당차고 매혹적인 여인이었던 보니 파커. 그녀는 1930년대의 ‘오소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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