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윤리 위반때 책임묻는 검증시효 5년이 적당” 36.7%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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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춘 서강대 교수 인문사회 연구자 1390명 설문

우리 학계에서 가장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 사항으로 ‘표절’이 뽑혔다. 또 연구윤리 위반이 발생했을 때 연구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5년 정도의 검증 시효 기간을 두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인문학총연합회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류동춘 서강대 교수(중국문화학)가 국내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 139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과제로 인문사회 분야 연구윤리 매뉴얼 작성을 위해 실시했다.

‘연구윤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표절 △연구 결과나 자료의 위·변조 △연구 내용 이중 게재 △부당한 저자 표시 △자기표절 △논문 쪼개기 중에서 1∼7위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표절’(39.5%)이 1순위 답변을 가장 많이 받았다. 다음으로 자기표절(14.8%), 논문 쪼개기(14.2%) 순이었다.

연구윤리 위반이 발생하는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연구자들의 연구윤리 의식의 부족(부재)’이 1순위 응답의 40.7%를 차지했다. 이어 ‘업적 평가 방식’(38.1%), ‘연구윤리 교육 미비(부재)’(7.6%) 순이었다. 연구자의 양심과 윤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질보다 양’ 위주로 진행되는 심사 방식이 연구자들을 연구 업적 부풀리기 유혹으로 내몰고 있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연구윤리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1.6%)와 ‘그렇다’(31.1%)를 합친 비율이 32.7%였다. 반면 ‘보통이다’는 52.7%, ‘아니다’(13.5%)와 ‘전혀 아니다’(1.1%)를 합쳐 ‘보통 이하’라는 의견은 67.3%였다.

연구윤리 위반이 발생했을 때 연구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일종의 ‘공소 시효’인 ‘검증 시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고(52.7%), 적당한 검증 시효로는 ‘5년’이라는 답변(36.7%)이 가장 많았다. 류 교수는 “연구윤리 규정이 오늘날처럼 엄격하지 않던 시절 학계 관행에 따른 중복·이중 게재가 먼 훗날 정치적 개인적 보복 수단이 되는 것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응답자들은 ‘자기표절’도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지목하면서도, 그 의도나 목적에 따라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설문 참가자의 50.4%는 “타인의 아이디어나 연구 내용을 도용하는 행위인 ‘표절’에서 따온 ‘자기표절’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답했다. 적절한 인용 표시를 하고, 연구비를 중복해 받거나 연구업적 평가 시 중복 산정하지 않는다면 기존 연구 성과를 새로운 연구 결과에 활용하는 것을 ‘자기표절’로 문제 삼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설문조사 내용과 국내외 대학 및 학회의 연구윤리 규정을 참조해 최근 연구재단에 인문사회 분야 연구윤리 매뉴얼을 제출했다. △연구 단계별 유의사항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정의 △연구 부정행위 발생 시 검증 원칙과 절차 등이 담긴 이 매뉴얼은 국내 주요 대학과 학회, 연구기관 등에 배포돼 연구윤리 규정 제정이나 개정 때 참고자료로 쓰이게 된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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