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佛경제학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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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의 불평등 해법은 글로벌 부유稅”
‘마르크스 2.0’ 열풍 美출판계 뒤흔들어

‘21세기 자본’으로 미국에서 벼락스타가 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하버드대 출판사 제공
‘21세기 자본’으로 미국에서 벼락스타가 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하버드대 출판사 제공
딱딱한 내용의 경제학 서적, 그것도 685쪽의 두꺼운 책이 미국 주요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이변이 발생했다. 프랑스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43)가 2월 말 미국에 번역 출간한 ‘21세기 자본’이 그 화제작이다. 지명도가 높지 않았던 피케티 교수는 15년의 시간을 들여 펴낸 이 책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지금까지 2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이 책을 펴낸 하버드대 출판사는 첫해 연간 판매량에서 101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0여 년 만의 최고의 경제학 서적”이라고 극찬했다. 타임 최신호는 세계 자본주의를 뒤흔든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비유하면서 ‘마르크스 2.0’이라는 제목으로 피케티를 소개했다.

피케티는 섬뜩한 비유로 책을 시작한다. 현재 미국의 최상위 1%의 부는 1789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났을 때의 프랑스 최상위 1%에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근접했다고 밝혔다. 당시 프랑스 거부 중 많은 사람이 단두대에 목이 잘려나간 것을 상기시키면서 “통제되지 않은 불평등의 냉혹한 역사적 현실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1995년까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로 있다가 프랑스로 돌아온 그는 수학에 능통했다. 통계를 통해 부의 불평등의 역사적인 과정과 원인, 해결책을 밝혀내보겠다는 의도로 세금 기록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시작은 프랑스였지만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30개국의 세금 기록까지 뒤졌다. 이를 토대로 공급경제학자들이 펼친 ‘원시경제에서는 빈부격차가 없지만 경제 발전이 이뤄지면서 불평등이 극에 달하고 선진 경제로 진입하면서 점차 문제가 해소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경제 개발기의 빈부격차가 가장 낮으며 선진 경제로 진입할수록 그 격차가 확대된다는 점을 세금 통계자료를 통해 입증했다.

그는 “주식 부동산을 소유한 자본가들의 수익률이 항상 경제성장률을 초과해왔기 때문에 월급생활자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에서 1980년대 초 레이거노믹스로 시작된 감세정책의 과실 대부분이 최상위 부유층에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부의 불평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당국이 협력해 최상위 부유층의 모든 재산을 샅샅이 파헤친 뒤 글로벌 부유세(Global Tax)를 부과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조세감면 조항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소리에 많은 정책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을 찾은 피케티는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과 제이슨 퍼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마르크스에 비견됨에도 그는 자신이 이념적 좌파로 분류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부친이 68혁명에 참가했던 이력을 놓고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것에 대해 “가족 중에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다. 난 이념적인 신념이 아니라 순수한 학문적 동기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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