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하얀 벚꽃 잎의 군집만 보고도 ‘봄바람 휘날리며∼’ 하는 노래를 반사적으로 흥얼거렸다면 당신은 ‘벚꽃 좀비’다.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벚꽃 엔딩’(2012년)이 크게 히트 친 뒤 생겨난 말이다. 누리꾼이 만들어낸 신조어는 또 있다. 버스커 버스커 멤버들은 매년 인터넷상에서 ‘벚꽃 연금 수령자’로 회자된다. 3년째 봄마다 ‘벚꽃 엔딩’이 차트 상위권에 올라오면서 봄꽃 개화기에 적잖은 저작권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꽃도 보고 돈도 버니 봄은 이들에게 최고의 계절이다. 》
3인조 밴드 버스커 버스커. 왼쪽부터 브래드(드럼) 장범준(보컬·기타) 김형태(베이스기타). ‘벚꽃 엔딩’은 장범준이 작사와 작곡, 공동편곡과 보컬을 맡았다. ‘벚꽃 연금’의 최대 개인 수혜자는 장범준인 셈이다. CJ E&M 제공‘벚꽃 연금 수령액’은 얼마나 될까. 음악저작권단체와 음원 서비스 업체가 자세한 매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니 추정을 해볼 수 있을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음원 업체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내려받지 않고 듣기)으로 인한 ‘벚꽃 엔딩’의 수입만 따져도 하루 최소 100만∼200만 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7개 주요 음원 사이트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수를 종합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벚꽃 엔딩’이 올해 다운로드 상위 200위권 내에 진입한 것은 봄꽃 개화 훨씬 전인 2월 넷째 주다. 다운로드 수는 매주 올랐다. 3월 마지막 주에만 5만7482번 내려받아졌다(19위). 6주 동안 20만792번 다운로드됐다. 발표된 지 2년이 지난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숫자다. 곡당 600원의 수익 중 저작권자에게 60%가 돌아가는데, 이를 제작사와 분배한다고 해도 작사, 작곡, 실연에 모두 참여한 버스커 버스커 멤버들에게 적잖은 배당이 돌아간다. 스트리밍 차트의 성과는 더 높다. ‘벚꽃 엔딩’은 3월 마지막 주 7일 동안에만 321만6101번 스트리밍돼 전체 7위를 차지했다. 방송과 상업매장, 노래방에서 들어오는 수익까지 더하면 ‘벚꽃 연금’은 더 불어난다. 버스커 버스커 1집을 제작한 CJ E&M 관계자는 “국내서는 박리다매식 월정액 가입자가 많아 ‘벚꽃 연금’의 액수는 훨씬 적울 수 있다”고 했다.
‘벚꽃 엔딩’의 인기는 이와 같은 계절성 히트를 노린 가요의 기획·제작으로 이어졌다. 가수 케이윌은 지난해 4월 ‘러브블러썸’을 발표해 차트 1위를 밟았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로이킴의 ‘봄봄봄’도 비슷한 노랫말을 어쿠스틱 팝에 담아낸 기획으로 히트에 성공했다.
‘벚꽃 엔딩’의 생명력까지 흉내 낼 순 없었다. 가온 다운로드 차트를 보면, ‘벚꽃 엔딩’이 지난 2월 마지막 주에 200위권 내(171위)에 재진입해 3월 2∼4째 주에 19∼20위를 유지한 데 반해, ‘봄봄봄’은 3월 둘째 주 195위, 넷째 주 159위에 머물렀다.
개화기만 되면 자연 법칙처럼 청자를 끌어당기는 ‘벚꽃 엔딩’의 마력은 뭘까. 벚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듯 나풀대는 셔플 리듬, 소담스러운 어쿠스틱 사운드, 흰 꽃처럼 아련한 색채를 지닌 장범준의 가성 덕일까.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요시장을 장악한 아이돌 댄스 음악의 반대편에 있는 어쿠스틱 팝에 대한 보편적 수요를 끌어낸 것과 연관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특히 30대 이상의 경우, 봄과 꽃이 부르는, 정서로서의 추억과 회상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고(故) 김광석류의 포크를 그리는 음악적 회상에까지 닿아 겹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