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분노가 폭발하는 시대, 힐링의 지혜를 구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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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김경숙 옮김/252쪽·1만3000원·사이

연말이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내가 불필요하게 화를 내고, 남에게 상처 준 일은 없었는지 생각해본다.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왜 무시당해야 하는지 화를 내는 사람도 많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루키우스 안나에우스 세네카(기원전 4∼기원후 65)가 쓴 이 책은 2000년 전에 쓴 ‘화’에 대한 최초의 철학서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화를 폭발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도 충분히 공감할 만큼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력과 철학적 사색이 가득하다. ‘마음의 평정심’을 강조하는 이 책은 16∼18세기 몽테뉴, 흄, 루소뿐만 아니라 19세기 ‘월든’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후기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알려진 세네카가 화를 잘 내는 동생 노바투스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의 서간집이다. 동생은 ‘화란 무엇인가’ ‘우리는 화를 왜 내는가’ ‘화는 우리 인생에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 ‘어떻게 하면 화를 가라앉힐 수 있는가’를 물었다.

세네카가 살던 로마의 제정은 2대 황제인 티베리우스부터 칼리굴라, 클라우디우스, 네로에 이르기까지 관용을 망각하고 적의와 분노가 소용돌이치던 시대였다. 세네카는 네로 황제의 스승이자 정치적 자문관이었으나 결국 네로에게 죽음을 당한 인물이다. 이 책은 독재자의 적의와 광기가 폭발하고 잔혹정치가 세상을 위협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 서간집은 개인의 마음 다스리기뿐 아니라 정치가나 조직의 리더에게 던지는 충고로도 읽힌다. 남에게 화를 내거나,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두려워한다고 해서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며, 혐오스러운 것도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고 말한다. 화를 폭발시키거나 억제함으로써 다른 평가를 받았던 칼리굴라 황제, 알렉산드로스 왕, 캄비세스, 플라톤 등 역사적 인물들의 예화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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