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따뜻한 겨울 천국 미야자키 현에서 휴식을

  • 동아일보

일본 최고의 해돋이 명소 정열의 남국, 하와이 온 듯

히토쓰바 해안의 700ha 소나무 숲 속에 조성된 일본 최고의 명문골프장 피닉스 컨트리 클럽의 골프코스.멀리 보이는 하얀 건물이 높이 154m로 규슈 최고층을 자랑하는 셰러턴 그랜드오션 호텔(45층)로 이 송림 일대가 피닉스 시가이아 리조트다. 피닉스 시가이아 리조트 제공.
히토쓰바 해안의 700ha 소나무 숲 속에 조성된 일본 최고의 명문골프장 피닉스 컨트리 클럽의 골프코스.
멀리 보이는 하얀 건물이 높이 154m로 규슈 최고층을 자랑하는 셰러턴 그랜드오션 호텔(45층)로 이 송림 일대가 피닉스 시가이아 리조트다. 피닉스 시가이아 리조트 제공.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다는 장기 예보. 그러니 겨울 휴가지로는 ‘따뜻한 남쪽’이
대세를 이룰 듯하다. 겨울 휴가는 여름보다 짧다. 그래서 가까운 곳을 찾는데 그런 조건이라면 단연 일본은 강추. 그러나 높은 환율과 방사능 오염 우려로 기피 여행지가 돼 온 것도 사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호전됐다. 환율이 떨어진 데다 오염 우려를 피해 규슈를 찾는 추세다. 그런 규슈에서도 더 따뜻한 남쪽, 미야자키 현을 최근 다녀왔다.》이곳은 인천에서 1시간 40분 거리에다 국적기 운항(아시아나항공 주 3회)으로 오가기 편리하다. 게다가 한겨울에도 평균 12∼13도로 따뜻하다. 북서계절풍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형에다 앞바다의 난류 덕분에 늘 푸른 잔디에서 플레이하는 겨울골프 명소로 이름났다.

하지만 올겨울 이곳을 주목할 이유는 따로 있다. 저렴한 비용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티웨이) 여객기를 전세 내 가격을 낮춘 실속형 패키지(여행박사)가 개발돼서다. 볼거리 많은 ‘일본의 하와이’, 미야자키 현으로 안내한다.

해돋이와 신화의 고장 미야자키

규슈 최남단은 가고시마 현. 미야자키는 그 가고시마와 북쪽으로 맞닿은 두 현 중 동편 이다. 규슈를 한반도로 삼는다면 경북도에 해당하는 위치다. 미야자키의 동편은 바다(태평양). 해안선이 남북으로 400km나 뻗을 만큼 바다가 지천이다. 그런 곳이라면 당연히 해돋이 명소일 터. 16∼17세기 에도시대에 규슈 섬에서 각축했던 9개 번(藩·봉건시대 영주가 다스리던 땅) 중 하나인 이곳이 ‘휴가노쿠니’(日向國·해를 향한 나라)로 불린 건 당연하다.

미야자키(宮崎·우리 발음 ‘궁기’)는 그 이름만 풀이해도 대충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 ‘궁이 있는 험준한 땅’으로 풀이되는데 ‘궁’(宮)은 ‘천황’이라 불리는 일왕가의 개조(진무왕)와 그 부모의 신위가 모셔진 미야자키 신궁(미야자키 시내)에서 왔다. 더불어 ‘기’(崎·험준할 기)는 이 땅을 서남북 세 방향에서 뺑 둘러싼 험준한 고산 지형을 나타낸다.

미야자키는 ‘건국 신화의 고장’이다. ‘덴손코린’(天孫降臨·건국 시조가 하늘에서 내려옴) 등 신화의 현장이 곳곳에 산재해서다. 해안선을 오가는 특급관광열차 ‘우미사치야마사치(海辛山辛)’도 신화에 등장하는 형제의 이름이다. 1960년대 이곳은 ‘일본의 하와이’로 불렸다. 우거진 팜트리(종려나무)와 따뜻한 겨울, 남국 분위기의 해변 덕분이다. 이런 좋은 기후는 ‘자키(崎)’로 상징되는 삼면 산악이 차가운 겨울 북서풍을 막아 준 덕분이다. 그 덕에 1966년엔 지방공항 최초로 제트여객기가 취항했다. 또 미야자키 관광의 랜드마크인 ‘피닉스 시가이아’가 1988년 발효된 리조트법(장기 저리 융자를 통한 리조트 개발 촉진법)의 제1호가 된 것도 그런 배경이다. 그만큼 미야자키의 관광 인프라는 뛰어나다.

작은 교토 오비와 니치난 해안


산악이 73%를 차지하는 미야자키는 관광명소가 산과 바다에 두루 흩어져 있다. 다카치호 협곡에선 보트투어, 신라에 복속된 가야(가락국) 유민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올랐다는 에비노 고원의 가라쿠니다케(韓國岳)는 잘 알려진 산악명소. 하지만 종려나무 우거진 남국의 분위기를 느끼자면 바다가 제격으로 니치난 해안이 대표적이다.

이 아름다운 해안은 아오 섬부터 현 남단 도이미 곶까지 길이가 약 100km. 국도 220호선이 해안과 나란히 달리고 관광명소는 이 도로 가와 주변 산등성에 포진해 있다. 그런 만큼 하루 혹은 반나절의 니치난 해안 자동차여행은 미야자키 관광의 진수를 섭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 니치난 해안에서도 압권은 들머리의 작은 섬 아오시마(靑島), 게서 남쪽으로 8km나 이어진 ‘귀신의 빨래판’이란 현무암 해안이다. 이 독특한 이름은 해안의 암반이 빨래판처럼 일정한 패턴으로 파인 모습에서 왔는데 원인은 장구한 세월 동안 파도에 의한 침식. 그걸 보기에는 다리로 연결된 아오시마와 호리키리 해변이 제격인데 아오시마는 섬 자체가 그 암반 위다. 이 섬은 300여 종의 아열대식물로 짙은 밀림을 이뤘고 신사도 있다. 거기 모셔진 신은 신화 속 인물 야마사치히코. 최초 일왕으로 기록(일본서기)된 진무왕의 할아버지로 현재 아키히토 일왕은 그로부터 125대손.

아오시마에서 30km쯤 남행하면 선메세 니치난과 우도신궁에 이른다. 모두 해안가 가파른 경사의 산등성에 있는데 선메세의 볼거리는 남태평양 이스터 섬(칠레)에 있는 모아이인상이다. 이곳은 지구상에서 이스터 섬을 찾지 않고 모아이인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태평양을 등지고 산중턱에 세워진 거대한 모아이인상은 비록 모조이지만 모습만큼은 진짜와 똑같다.

우도신궁에서 남쪽으로 좀더 내려가면 니치난 시(내륙). ‘작은 교토’라고 불리는 오비는 그 부근에 있다. 이곳은 에도시대의 작은 번으로 성은 물론이고 인접한 조카마치(城下町·성 아랫마을)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찾는 이가 많다. 마을에서 지도가 포함된 1000엔 쿠폰을 사면 유적지(5곳) 입장은 물론이고 각 상점이 준비해둔 선물(5개·2000엔 상당)을 고를 수 있다. 아쓰야키다마코(계란을 프라이팬에 구워 카스텔라처럼 만든 요리) 카스텔라 등 곳곳의 먹을거리도 선택 선물 중 하나다. 점심식사로 꼭 맛볼 게 있다. ‘니치난 이폰쓰리 가쓰오 아부리주’(외줄낚시로 잡은 가다랑어)인데 ‘갸라리 고다마’ 등 여러 식당이 내는 마을 공식 브랜드 향토요리(1200엔 균일)다.

셰러턴 그랜드오션 호텔과 쇼센큐 온천을 연결하는 고전건축 스타일의 멋진 통로 ‘유카타 워크’ 피닉스 시가이아 리조트 제공.
셰러턴 그랜드오션 호텔과 쇼센큐 온천을 연결하는 고전건축 스타일의 멋진 통로 ‘유카타 워크’ 피닉스 시가이아 리조트 제공.
솔숲해안의 리조트에서 천국 같은 휴식

미야자키 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이곳 히도쓰바 해안은 주변이 온통 소나무 숲이다. 그 숲은 피닉스 시가이아 리조트를 중심으로 총 18km나 펼쳐지는데 늘 자전거를 타거나 산보, 조깅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 숲을 자전거로 달려 보았다. 숲길은 아주 잘 닦여 있고 그 끝은 해변의 바다까지 이어졌다. 거대한 소나무는 햇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덕분에 세찬 바닷바람도 숲 안까지는 닿지 못한다. 리조트의 골프코스 두 개는 그런 숲 안에 자리 잡았다. 연중 변함없는 초록세상은 그대로 천국의 쉼터처럼 보였다.

피닉스 시가이아 리조트는 그 송림의 가장자리에 조성됐다. 대표 숙소는 미야자키 400km해안에서 탑처럼 불쑥 치솟아 랜드마크가 된 154m(45층) 높이 셰러턴 그랜드 오션 호텔(규슈 최고층). 프리즘 모양의 삼각형 구조라 전 객실에서 바다가 보인다. 리조트엔 부속시설도 다양하다. 그중 피닉스 컨트리클럽(27홀)은 일본 최고에다 세계 100대 골프장에 등재된 명 코스.

18일 루크 도널드가 우승한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PGA국제투어)가 1974년부터 매년 여기서 열리고 있다. 톰 왓슨 골프코스(18홀)는 그 옆에 붙어 있는 대중 골프장이다. 호텔엔 고풍스러운 온천욕장 쇼센큐(松泉宮)가 있는데 역시 송림을 끼고 있다. 그래서 욕장의 실내와 로텐부로(노천탕)에서 두루 소나무 숲을 감상한다. 호텔 야외의 쇼센큐는 전통미가 출중한 지붕 형태 통로 ‘기모노의 길’(전통 지붕의 야외 통로)로 호텔과 연결됐는데 길은 그 자체로 온천욕을 명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미야자키=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시가이아 리조트 패키지 45만9000원


일본 전문 여행박사(www.tourbaksa.co.kr)는 45만9000원으로 올겨울 시가이아 리조트에서 4, 5일간 휴가를 보내는 저렴한 관광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기간은 27일∼2월 24일, 가격은 45만9000원으로 동일. 24개월 미만 유아는 7만5000원, 6세 미만은 18만9000원. 조식(호텔 뷔페)은 1500엔(1만9800원)이다. 모두에게 ‘시가이아 리조트 액티비티 패스’를 제공하는데 주변의 유럽풍 식물원과 동물원, 쇼센큐 온천 입장과 더불어 히토쓰바 해안의 송림숲길 라이딩용 자전거 렌털, 볼링장(무료게임)도 이용한다. 모두 무료 셔틀버스가 데려다 준다. 같은 일정의 골프 패키지도 있는데 리조트의 두 코스를 두루 섭렵한다. 클럽하우스 중식(제외)은 1200∼2000엔(1만5800∼2만6400원) 수준. 전세기 상품은 한꺼번에 예약이 몰린다. 그러니 원하는 날짜에 출발하려면 서두르는 게 요령. 아무리 싸고 좋아도 내 일정에 맞지 않는다면 그림의 떡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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