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르몬교 복지센터 “남을 돕는건 축복”… 매장 진열대엔 나눔정신 수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웰페어 스퀘어’ 가보니

나이가 들어도 일하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축복이자 권리다. 10일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웰페어 스퀘어에서 책임자 리처드 포스터 씨(왼쪽)와 자원봉사자인 아버지 딕 포스터 씨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름도 얼굴도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를 닮은 아들은 아버지의 자랑이다. 솔트레이크시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나이가 들어도 일하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축복이자 권리다. 10일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웰페어 스퀘어에서 책임자 리처드 포스터 씨(왼쪽)와 자원봉사자인 아버지 딕 포스터 씨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름도 얼굴도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를 닮은 아들은 아버지의 자랑이다. 솔트레이크시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10일 오전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 ‘웰페어 스퀘어(Welfare Square)’. 사람들이 진열대에 있는 물건들을 손수레에 가득 싣고 있다. 약 331m²에 이르는 공간에는 빵과 우유, 야채 등 160여 개 품목이 정리돼 있다. 대형 할인점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어딘가 다른 점이 있다. 쇼핑객들이 모두 2인 1조로 움직인다는 것. 한 사람은 물건을 고르고, 나이가 든 다른 사람은 서류에 무언가를 옮겨 적는다. 계산대도 없다.

웰페어 스퀘어는 성경과 함께 창시자 조지프 스미스(1805∼1844)가 번역한 모르몬경을 믿어 이른바 모르몬교로 불리는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LDS)가 운영하는 복지센터다. LDS의 미국 내 신자는 800만 명으로 개신교단 중 4, 5위권이다. 세계적으로 1500만 명, 국내 신자는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월마트를 닮은 공간은 ‘감독의 창고(Bishop’s Storehouse)’. 교회 책임자인 감독(Bishop)이 이용한다. LDS는 최고위직을 빼면 전업 성직자가 없고, 모두 직업을 갖는다. 감독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사정을 감안해 물건을 고르면 옆에 있는 자원봉사자가 이를 기록한다.

1935년 시작된 웰페어 스퀘어는 감독의 창고뿐 아니라 중고품을 기부받아 싸게 판매하는 매장, 구직과 직업 교육을 돕는 고용센터, 물품 생산시설 등으로 나뉘어 있다. 현재 미국은 물론이고 남미와 아시아 등 각지에 감독의 창고는 140여 곳, 고용센터는 320여 곳이 있다.

이곳에서 만난 책임자 리처드 포스터 씨(45)는 “웰페어 스퀘어는 교회의 사회적 나눔 활동을 상징하는 곳으로 교회 안팎에서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웰페어 스퀘어의 설립 취지와 운영 원칙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궁핍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이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의 안내에 따라 방문한 공간에서는 까다로운 품질 관리와 자립, 자원봉사의 원칙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쪽에 실험실도 있어 매장에 공급되는 물품의 질을 관리했다.

중고 매장에서 만난 마이크 드레이크 씨(53)는 “워싱턴 주에 살고 있는데 딸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제품들의 품질이 좋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이 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은 100% 신자들의 기부에 의해 마련된다. 전체 품목의 75%가 교회가 직접 운영하는 시설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왜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교회 회원(신자)들의 기부와 자원봉사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부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단, 자연재해 등 비상시를 대비하고 중복 지원을 피하기 위해 주 정부와 연방정부와는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LDS 회원들은 1개월에 한 차례 두 끼를 금식해 음식이나 이에 상당하는 돈을 기부한다.

웰페어 스퀘어는 최근 은퇴한 회원들의 자원봉사 기회를 넓히고 실직자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약 18만 명이 구직 서비스를 받았다.

포스터 씨는 갑자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아버지 딕 포스터 씨(77)와 반갑게 인사했다. 딕 씨는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포스터 씨는 “5형제 중 셋째인데 거의 매일 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 좋다. 때로 아이들과 아내까지 방문해 순식간에 3대의 만남이 이뤄진다”며 웃었다.

솔트레이크시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모르몬교 복지센터#웰페어 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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