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대한제국 공사관 - 서울 미국 공사관 “우린 닮은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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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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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위)과 서울 중구 정동의 주한 미국 공사관. 두 건물은 각각 한국과 미국 정부가 소유주지만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건물이 위치한 국가의 문화재보호법을 따라야 한다. 문화재청·주한 미국대사관 제공
미국 워싱턴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위)과 서울 중구 정동의 주한 미국 공사관. 두 건물은 각각 한국과 미국 정부가 소유주지만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건물이 위치한 국가의 문화재보호법을 따라야 한다. 문화재청·주한 미국대사관 제공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이 일제에 강제로 빼앗긴 지 102년 만에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최근 이 건물을 350만 달러(약 40억 원)에 사들였다.

▶본보 8월 22일자 A10면 워싱턴 대한제국공사관 102년만에 고국 품으로

망국(亡國)의 슬픔을 간직한 이 건물은 한국 정부의 소유가 됐지만 미국 법에 따라 관리되는 미국 문화재다. 문화재보호법은 속지주의(屬地主義) 원칙을 따른다. 따라서 공사관의 수리, 보수 등은 소유권이 바뀐 뒤에도 미국 정부가 일정 부분 계속 맡게 된다.

미국 정부는 1971년 이 건물이 위치한 워싱턴 로건서클 지역을 한국의 사적과 비슷한 개념인 ‘역사지구’로 지정했다. 18세기 말∼19세기 초 형성된 워싱턴의 초기 모습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포함해 당시 건축 양식을 간직하고 있는 지구 내 건물 160여 채도 유형문화재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 대사관저 내에 있는 주한 미국 공사관도 이와 처지가 비슷하다. 19세기 말 조선 사대부가의 전통 한옥 양식을 보여주는 이 건물은 1883년 미국 정부가 매입했다. 미국의 재외공관 중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2001년 서울시유형문화재 132호로 지정돼 한국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관리된다. 수리와 보수는 서울시 예산으로 이뤄진다.

두 건물의 원래 소유주는 모두 자국의 역사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을 직접 짓고 거주한 세스 펠프스(1824∼1885)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다. 펠프스가(家)는 미국의 유력 정치 가문 중 하나다.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최근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현지조사를 다녀온 김종헌 배재대 건축학과 교수는 “19세기 말 조선 왕조가 유력 정치 가문의 저택을 매입했다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다”며 “당시만 해도 조선 왕조를 중요하게 여겼던 미국 정부가 이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주한 미국 공사관 건물의 소유주였던 민영익(1860∼1914)은 명성황후의 친정 조카이자 조선 및 대한제국의 개화를 이끈 정치인이다. 그는 조선 첫 미국 사절단인 보빙사(報聘使)의 일원으로 1883년 미국을 방문해 체스터 아서 미국 대통령을 면담하기도 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과 주한 미국 공사관 모두 각각 백악관과 청와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워싱턴 대한제국 공사관#서울 미국 공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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