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고수레 밥 한덩이 두 귀신 싸움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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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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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도 함께 먹자, 고수레!/장세현 지음·김선배 그림/96쪽·1만2000원·휴먼어린이

새참을 받아 든 농부가 고봉밥에서 첫 숟가락을 푹 떠서 허공으로 던진다. “고수레!”

음식을 먹을 때 귀신에게 먼저 떼어 바치지 않으면 탈이 난다는 속신(俗信)과 결합돼 전국 곳곳에서 행해지는 옛 풍속이다. 술병을 따자마자 술을 조금 흩뿌리기도 한다.

풍속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변하거나 사라진다. 고수레도 예전만큼 흔히 보이지는 않는다. 이 책은 고수레를 포함해 희미해져가는 우리 풍속 다섯 가지를 동화로 엮었다. 선조들의 얼과 숨결이 녹아 있는 풍속을 통해 옛 시대의 삶과 정신세계를 가깝게 느낄 수 있다.

농부가 고수레로 던지는 밥덩이를 두고 아낙 귀신과 사내 귀신이 다툼을 벌인다. 한참이나 티격태격했지만 결판이 나질 않자 두 귀신은 저승의 염라대왕에게 가서 따져보기로 한다. 밥덩이가 서로 제 것이라고 우기는 귀신들의 사연을 통해 고수레의 유래를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이웃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잡귀에게도 나눔을 베풀었던 조상들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를 보여준다.

이웃 마을 잔칫집에 일을 도와주러 간 엄마를 기다리는 사 형제. 엄마가 가져온 시루떡을 나눠 먹으려는데 욕심꾸러기 막내 돌이가 떡을 낚아채 밖으로 도망가 버렸다. 냄새나는 뒷간에 숨은 돌이는 발이 미끄러져 똥통에 쏙 빠지고 만다. 똥독이 오른 돌이는 뒷간 귀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똥떡’을 동네에 돌린다. 배설물의 세균이나 독성으로 인해 심하면 목숨까지 잃기도 했었는데 옛사람들은 동글하게 만든 떡을 똥떡이라면서 나눠주면 액을 면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부자리에 오줌을 싼 아이는 키를 뒤집어쓰고 이웃집에 보내 소금을 얻어오게 했다. 그 소금으로 아침밥을 먹으면 오줌을 가릴 수 있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 소금은 부정을 씻어주고 병을 낫게 하며 액운을 막아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오줌을 싸게 하는 나쁜 기운을 소금으로 물리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나무에 남겨 놓은 까치밥에서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새해 첫날 그림을 선물하거나 집 안에 붙이는 풍습인 ‘세화’에서는 나쁜 귀신을 막고 집안에 복을 불러들이려 했던 조상들의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어린이 책#고수레#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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