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2>시오설(視吾舌)

  • Array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視: 볼 시 吾: 나 오 舌: 혀 설


세 치 혀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의미로, 언변으로 천하도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전국시대 가장 위대한 언어의 연금술사 장의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위나라의 선비 장의는 공부를 마치고 자기를 발탁해 줄 주인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초나라 재상 소양(昭陽)의 집에 들어가 식객 노릇을 했다. 하루는 소양이 진귀한 구슬을 잃어버렸다. 재상의 문하 사람들은 장의를 의심하고 이렇게 말했다. “장의는 가난하고 행실이 좋지 않습니다. 틀림없이 그자가 재상의 구슬을 훔쳤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모두 함께 장의를 붙들어 수백 번 매질을 했으나 장의는 구슬을 훔쳤다고 말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장의에게 아내가 말했다. “아! 당신이 글을 읽어 유세하지 않았던들 어찌 이런 수모를 겪었겠습니까?” “내 혓바닥이 아직 붙어 있는지 없는지 보시오(視吾舌尙在不).” “혀는 붙어 있네요(舌在也).” 그러자 장의가 말했다. “됐소(足矣).” 물론 장의는 속으로 울분을 삭이고 있었다.

‘장의열전(張儀列傳)’에 소개된 이 일화에서도 보듯 장의의 유세는 결코 순조롭지 못했다. 조나라에서 이미 출세한 옛 친구 소진을 찾아가 며칠 동안 기다렸다가 만났으나 “어찌 자네같이 재능을 가진 자가 이처럼 어렵고 부끄러운 처지가 되었는가? 내 어찌 자네를 왕에게 추천하여 부귀하게 만들 수 없겠나? 그러나 자네는 거두어서 쓸 만한 인물이 아니네.”(장의열전)라고 업신여김을 당하고, 하인이나 먹는 형편없는 음식을 먹고 쫓겨났다. 진나라를 찾아가 유세하다가 실패한 장의는 결코 굴하지 않았고 위, 초, 한, 제, 조, 연나라 왕을 잇달아 만나 진나라와 협력하는 연횡의 약조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세 치 혀로 말이다. 그런 장의가 진나라 재상이 되었을 때 초나라 재상에게 보낸 격문(檄文)은 이러했다.

“지난날 내가 당신과 술을 마셨을 때, 나는 당신의 구슬을 훔치지 않았건만 당신은 나에게 매질을 하였소. 이제 당신의 나라를 잘 지키시오. 나는 당신 나라의 성읍을 훔칠 것이오.”(사기 장의열전)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