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1>장사일거불부반(壯士一去不復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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壯: 씩씩할 장 士: 선비 사 一: 한 일 去: 갈 거
不: 아닐 불 復: 다시 부 返: 돌아올 반

사기 ‘자객열전’에서 자객 형가(荊軻)가 진시황을 암살하러 떠나며 부른 노래에 나오는 구절이다. “바람 소리 소슬하고, 역수는 차갑구나! 장사는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風蕭蕭兮易水寒 壯士一去兮不復返).” 이 구절에서 ‘혜(兮)’자가 빠진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 자객열전에서 형가가 떠나며 부른 이 노래를 “우성(羽聲)으로 노래하니 그 소리가 강개하여 듣는 사람들이 모두 눈을 부릅떴고, 머리카락이 관을 찌를 듯 치솟았다”고 비장한 어조로 묘사하고 있다.

형가는 위(衛)나라 사람으로 책읽기와 격투기와 검술을 좋아했다. 원래 유세가로 나섰으나 위나라 원군(元君)이 그를 쓰지 않아 떠돌아다니다가 연나라로 가서 개 잡는 백정과 축(筑)을 잘 타는 고점리(高漸離)라는 이와 친하게 지냈다. 술이 얼큰하게 취하면 고점리가 축을 타고, 형가는 그 소리에 맞추어 시장 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며 서로 즐겼는데, 자유분방함 그 자체였다고 한다.

이런 형가는 숨어 사는 선비 전광(田光)의 눈에 띄었고, 태자 단(丹)에게 소개되어 진시황 암살 계획에 동원된다. 자객 형가는 진나라를 모반하고 연나라에 숨어 들어온 번오기의 목과 연나라의 기름진 땅 독항(督亢)의 지도를 갖고 진시황을 죽이러 떠나야 했다. 그러나 형가 혼자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 태자 단이 형가의 조수로 열세 살 때 사람을 죽여 감히 쳐다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는 진무양(秦舞陽)을 추천했다고 한다. 그러나 형가는 그자를 거부하면서 자신은 진무양이 아닌 그 누군가와 함께 떠나겠다고 머뭇거린다. 태자 단은 형가를 우유부단하다고 의심했지만, 피 끓는 기개의 형가는 하직인사를 한 뒤 먼 진나라로 발길을 재촉하면서 ‘장사일거불부반’을 읊조렸다.

어찌 보면 형가가 지척의 거리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은 이 슬픈 곡조의 노래에서 예감된 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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