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문학의 표준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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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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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소설 - 수필 등 탄생 100주년 맞아 전집 발간

향토적인 민족색을 드러내는가 하면 모더니즘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기도 했던 ‘모던 보이’, 분단 후 북한에 남았다가 창작의 자유를 잃고 동화시와 번역문학으로 부득이 선회했던 불운의 문인. ‘이북 작가’의 꼬리표 때문에 198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첫 시선집이 남한에 소개됐던 질곡의 문인. 시인 백석(1912∼1995?)이다.

백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백석문학전집’(총 2권·서정시학·사진)이 발간됐다. 1권에는 백석이 남긴 140편의 시를, 2권에는 소설과 수필, 번역문 등 산문 44편을 담았다.

백석 문학은 1987년 창비에서 시선집이 처음 나온 이래 문단과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활발히 조명됐다. 그와 관련된 연구 논문만 600편이 넘는다. 서정시학은 “이번 전집이 백석 문학의 정본(定本)”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발굴됐던 작품을 원본과 일일이 대조해 오류를 잡았다는 것이다. ‘동식당’으로 알려졌던 시 제목은 ‘공동식당’이라는 본래 이름으로 바로잡았고, 후반부가 잘려나간 채 소개됐던 시 ‘나루터’도 전문을 실었다.

미발굴 작품들도 추가했다. ‘등고지’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조국의 바다여’ 등 시 3편, ‘문학 신문 편집국 앞’ ‘관평의 양’ ‘가츠리섬을 그리워하실 형에게’ ‘체코슬로바키야 산문 문학 소묘’ 등 산문 4편은 모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로 1957∼1962년 북한의 ‘문학신문’에 게재됐던 것이다. 특히 현장보고서 형식을 띤 ‘관평의 양’이 눈에 띈다. 백석은 1959년 당성(黨性)이 부족한 작가들을 현장에 내려 보내는 ‘붉은 편지 사건’에 휘말려 평양에서 쫓겨나 양강도 삼수군 관평리 양떼 목장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는데 그는 ‘관평의 양’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당의 붉은 편지를 받들어 로동 속으로 들어 온 내가 이러한 관평의 양들과 관련을 가진 것은 나의 분외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백석은 평양 복귀를 꿈꾸며 당에 무한 충성을 약속했지만 관평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서정시학은 백석이 번역해 펴낸 러시아 작가 숄로호프의 대하소설 ‘고요한 돈’ 1, 2권을 중국 연변대 도서관에서 발굴해 올해 안으로 전자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학#출판#백석#백선 탄생 100주년#백석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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