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형에게 또 맞았다… 강아지를 때려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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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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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날은 없다/이옥수 지음/312쪽·1만1000원·비룡소

가족 구성원 간 일어나는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은 현실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늘 가까이 있기에 위협적이고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이 청소년 장편소설에는 습관성 폭력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압축돼 있다. 작품은 시작부터 독자를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으로 몰아붙인다. 주인공인 중학생 강민은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찡코를 우악스럽게 때리고 내동댕이쳐 죽이고 만다. 분노와 혼란에 사로잡힌 강민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숨 막히고 답답한 감정에 이내 빠져들게 된다.

소설은 강민과 폭식증에 시달리는 이웃집 ‘하마 누나’ 미나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펼쳐진다. 강민은 초등학교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수시로 형에게 맞았고, 형은 아버지의 주먹에 시달렸다. 어린 시절부터 오빠의 폭행에 고통받았던 미나는 그 충격으로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강민네는 각자 폭행에 진저리치면서도 갈등 상황이 생기면 또다시 폭력을 반복하기 일쑤다. 미나는 20대가 된 지금에도 오빠의 존재조차 받아들이기 힘들다.

폭력의 피해자인 강민과 미나는 찡코를 매개로 서로 조금씩 다가선다.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의 상처를 도닥여주기 위해 손을 잡는다. 주먹이 앞섰던 아버지가 비폭력으로 말하는 법을 배운 뒤 아들에게 머뭇거리며 “사랑… 한다”고 말하고, 반목하던 강민과 형이 심리치료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장면은 상투적이지만 코끝이 찡해진다. 어색하고 낯설더라도 마음을 열고 노력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교훈을 전해 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책의 향기#문학예술#개 같은 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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