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골프 분더 첫 내한공연… “그의 쇼팽 연주, 더이상 할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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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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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콩쿠르서 극찬 받은 유럽무대 활약 피아니스트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 제공
2003년 퀸엘리자베스, 2005년 쇼팽,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까지 결선 진출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2010년 다시 도전한 쇼팽 콩쿠르에서 그는 2등상과 관객상, 특별상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솟아올랐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잉골프 분더(27·사진)다. ‘분더(Wunder)’는 그의 모국어인 독일어로 ‘기적’을 뜻한다.

분더는 2010년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의 3악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객석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심사위원이었던 당 타이손은 그의 연주에 최고 점수를 주면서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2위에 그치자 심사의 공정성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졌고 분더는 스타로 떠올랐다. 이듬해 도이체 그라모폰과 계약을 하고 ‘쇼팽 리사이틀’ 앨범을 내놓았다.

스위스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분더는 “콩쿠르에서 떨어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실망했고 아예 다른 일을 해볼까 고민도 많았다. ‘2위 논란’에는 나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좌절의 시간이 없었더라면 음악에 대해 더 진지해지지도, 쇼팽을 더 깊이 파고들지도 못했을 거다”라고 답했다.

‘쇼팽을 가장 우아하고 침착하게 연주해내는 아티스트’(텔레그래프)라는 평을 받은 그는 10, 11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첫 한국 무대를 펼친다. 쇼팽 콩쿠르 결선곡이었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를 선사한다. 협주곡 1번은 현악 4중주와 더블베이스가 협연하는 실내악으로 편곡해 들려준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어떤 부분이든 과장해서 표현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각 악구와 선율이 제 목소리를 낼 때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죠. 제가 뭔가를 더 집어넣으려고 하면 할수록 고아함과 부드러움이 흐트러지고 말아요.”

그에게 쇼팽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음악’이다. “쇼팽의 작품은 강렬한 매력을 지니지만 해석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섬세한 선율 속에 담긴 음악의 즉흥적인 흐름과 레바토(한 악구에서 템포나 리듬을 자유로이 조절하며 연주하는 것) 등 곱씹어야 할 부분이 무척 많죠. 스승이자 195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아담 하라셰비치와의 집중탐구로 제가 쇼팽의 음악을 하기에 적합한 자격을 갖췄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는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다가 열네 살이 돼서야 피아노로 전향했다.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에 비해 뒤늦은 편. “음악선생님이 ‘너는 바이올린보다는 피아노에 훨씬 더 재능이 많은 것 같다’라고 하셨어요. 14세 때만 해도 제대로 칠 줄 아는 피아노 작품이 없었어요. 단거리를 전력 질주하듯이 레퍼토리를 익혀나갔죠. 초기에 배웠던 리스트의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을 아주 좋아했어요.”

그는 “한국 관객들이 제 연주를 통해 어떤 순수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저 역시 제 앞에 놓인 매 순간의 도전과 모험을 충실히 즐길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3만∼5만 원. 02-399-1114∼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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