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볶은 지 24시간 지난 커피 나흘 이내에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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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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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좋은 커피’ 만들기

맛있는 커피와 좋은 커피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맛이라는 것은 개인의 기호(嗜好)에 달려있기 때문에 아무리 상품으로서 좋은 커피라 해도 맛없는 커피가 될 수 있다. 반면에 좋은 커피에는 오랜 세월 동안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헌신해서 만든 기준이 있다. 이를 따른다면 집에서도 좋은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커피분석센터 배동근 씨의 조언을 정리했다. 여기서 예로 든 것은 여과 커피다.

○ 재료


커피콩은 사나흘에 다 쓸 수 있는 양만 커피 볶는 집 등에서 산다. 가정에서 직접 볶을 때도 비슷하다. 볶은 지 24시간이 지난 커피를 나흘 이내에 소비하는 게 최적이다.

○ 분쇄

종이필터로 거르려면 커피 분말 입자의 지름(입도·粒度)이 0.7∼0.8mm인 것이 적당하다. 커피전문점에서 종이필터로 내리는 데 사용하도록 커피콩을 갈아달라고 부탁해 그 일부를 작은 유리병에 담아두면 나중에 자신이 간 것과 비교하기 좋다.

○ 분말량


양 맞추기는 매우 중요하다. 수돗물을 끓여 사용할 경우 150cc 1잔을 기준으로 7.5g 정도가 적당하다. 9g 이상을 넣으면 쓴맛의 불쾌함이 급격히 강해져 단맛과 신맛을 집어삼킨다.

○ 온도


펄펄 끓는 물을 주전자(드립용이 아니어도 상관없다)에 부어 그 온도가 섭씨 92∼96도가 되면 분말에 붓는다.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충분히 적시는 게 중요하다. 초반에는 물의 양을 적게 해 진액을 뽑아내고, 후반에 더 많이 부어 희석 비율을 맞추는 게 유리하다.

○ 시간

일반적으로 3∼4분 사이에 커피를 내리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상 합의된 기준은 커피의 고유한 맛과 개성을 알아보고 원두의 품질을 감정하는 사람을 일컫는 커퍼(Cupper)들이 규격화한 것이다. 이들이 커피의 맛을 감별하기 위해 만든 시료용 커피 제조법이라고 할 수 있다. 평준화한 맛을 내는 기준이고 상품으로서도 좋은 커피를 내리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배 씨는 이 기준을 통해 만들어진 커피를 역으로 분석해 좋은 커피가 나타내는 물리적 특성의 적정 수치(범위)를 찾아냈다.

○ 수율


수율(Solid Yield)은 커피 분말 전체 양을 100으로 봤을 때 물에 녹은 양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좋은 커피의 수율은 20∼22%였다.

○ 농도

물에 녹은 커피의 양과 물의 비율을 뜻한다. 좋은 커피의 농도는 1200∼1300ppm이었다.

○ 점도

보디(body)를 결정짓는 요소다. 점도 측정 기기로 쟀을 때 1.01∼1.05가 최적이다. 보디는 커피의 맛을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로, 커피가 입안에 있을 때의 느낌이다. 물과 비교해 크림 성분이 많은 우유가 입 안에 있을 때의 느낌을 흔히 보디감이 좋다고 한다.(보디의 내용은 ‘커피’ 조윤정 저, 대원사, 2007년에서 발췌)

○ 염도

커피에는 염분이 혀로 느끼기에 너무 적은 양이 들어 있다. 그러나 간혹 짠맛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 150cc당 5mg 이하.

○ 굴절률

일반적으로 물의 굴절률은 1.333. 좋은 커피는 1.335∼1.338을 나타냈다.

○ 밀도

일반적으로 물은 온도가 3.98도일 때 밀도가 1.000이다. 좋은 커피는 1.003 정도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좋은 커피 제조법에도 과학은 숨어 있다. 이렇게 과학적인 규칙을 숙지하게 되면 커피를 만들 때 실수할 확률이 작아진다. 적어도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평균적인 맛을 벗어나지는 않는 커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에 따라 커피를 만들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과학의 힘을 체험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전달되는 정보는 객관성이 확보되며 이해하기도 쉽다. 커피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이나 늘 일정한 질의 커피를 만들어야 하는 바리스타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동안 커피의 세계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분석보다는 감각이 우세했다. 배 씨는 과학적 분석장비를 이용해 감각의 ‘지배영역’을 점차 좁히고 있다.

그는 “나는 감각을 소중히 여기며 과학적 분석을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커피인’ 중 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묘한 역설이 발생한다. 그는 커피를 더 쉽게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감각을 버리고 기계에 의존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를 전달받은 사람들은 커피와 감성적으로 더욱 가까워진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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