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주, “팝페라 테너가 왜 ‘장희빈’ 책 썼냐고요? 도전의 삶에 꽂혔죠”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 임형주 씨 출간 10일 만에 4쇄 돌입

24일 만난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장희빈과 관련된 이야기를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술술 풀어냈다. 그는 “장희빈은 결코 ‘나쁜 여자’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디지엔콤 제공
24일 만난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장희빈과 관련된 이야기를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술술 풀어냈다. 그는 “장희빈은 결코 ‘나쁜 여자’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디지엔콤 제공
팝페라 테너 임형주(25)가 자신의 이름에 ‘작가’라는 수식어를 보탰다. 그가 이달 중순 펴낸 역사에세이 ‘임형주, 장희빈을 부르다’(공감의기쁨)는 출간 10여 일 만에 4쇄를 찍고 1만5000부가 팔려 나갔다. 2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역사학자나 전문가가 쓴 책이 아닌데도 독자들이 크게 호응해 주셔서 깜짝 놀랐다. 임형주라는 브랜드를 믿어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팝페라 테너와 장희빈이라, 언뜻 생경한 조합 같다. 왜 장희빈이었을까. 그 만남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어린 손자를 앉혀 놓고 역사 이야기를 동화처럼 들려주었다. 이순신, 세종대왕, 신사임당…. 하지만 수많은 인물 가운데 누구보다 꼬마의 마음을 빼앗은 이는 장희빈이었다.

“할아버지는 장희빈과 인현왕후, 숙종 사이에 얽힌 정치적 관계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셨어요. 장희빈이 왜 역사에 그렇게 그려졌는지 들려주셨죠. 역사란 건 후대의 평가와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인현왕후전’ ‘숙종실록’ ‘수문록’ 등을 읽으며 꾸준히 관심을 갖다가 지난해 장희빈이 등장하는 MBC 드라마 ‘동이’의 주제가를 부르면서 다시 한 번 그와 마주했다.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본보 ‘동아광장’ 필진으로 칼럼을 쓴 경험도 책을 쓸 용기를 주었다. 공연장 대기실과 비행기 안, 집 근처 카페에서 틈틈이 원고를 썼다. 그간 읽은 참고문헌 목록도 남김없이 책에 실었다.

“‘희대의 악녀’ ‘복수의 화신’이 아니라 첩의 딸로 태어나 신분의 벽을 넘어 기득권과 맞서며 운명을 개척한 장희빈의 편을 조금이나마 들어주고 싶었어요. 그의 삶에, 열두 살에 데뷔해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에서 편견과 맞서야 했던 제 모습도 겹쳐 보였죠. 나와 장희빈의 공통 키워드는 ‘꿈’이에요. 그리고 평탄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웃음)”

장희빈의 굴곡진 생을 소설로 쓰고 싶었던 마음은 에필로그에 담았다. 그가 꿈에서 만난 장희빈은 지아비의 진정한 사랑을 원했고 자식에 대한 무한한 모성애를 지닌 여인이었다.

“나이, 학력, 성별 때문에 차별받거나 도전을 머뭇거리고 있다면 장희빈을 떠올려 보세요. 지금 우리 사회도 유리벽처럼 보이지 않는 신분제가 있지만, 그는 더 열악한 환경에서 모든 것을 견디고 도전한 여성이에요. 한 사람을 단면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교훈도 얻었죠.”

글쓰기는 그의 오랜 벗이다. 미국 뉴욕 줄리아드음악원 예비학교 시절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때 ‘꽃집 남자’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현재 작업 중인 소설도 두 편이다. 그는 “창틈으로 스며드는 새벽 냄새를 맡으면 글이 술술 잘 써진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다음 달 전국 투어 콘서트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한중일 3국에서 발매하는 ‘오리엔탈 러브’ 음반 수록곡을 부르는 무대다. 그는 “신문을 많이 읽어서 최근 경제 상황을 잘 안다. 티켓 가격이 아깝지 않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