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애들러와 만난 라코스테의 악어 로고는 훨씬 유쾌해졌다. 크기는 커졌고 사선무늬 옷도 입었다. 라코스테 제공
일명 ‘폴로 티’로도 불리는 피케 셔츠의 시초는 라코스테다. 요즘 대부분의 패션브랜드가 피케 셔츠를 만들고 있지만 시작은 1920년대 프랑스 출신의 전설적 테니스 스타 르네 라코스테가 1927년 경기를 위해 개인적으로 만들어 입던 옷에서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테니스 선수는 소매가 길어 재질이 빳빳한 클래식 셔츠를 운동복으로 입어야 했다. 운동을 할 때 불편함을 느꼈던 라코스테가 면직물로 만들어 땀 흡수가 잘되면서도 통풍성이 좋은 원단으로 셔츠를 만들었다. 색상은 전형적인 테니스복 색상인 흰색으로 하되 소매를 반팔로 하고 끝에 밴드를 달아 몸에 잘 밀착되도록 했다.
이에 더해 라코스테 피케 셔츠의 악어 로고는 의류 역사상 최초로 옷 표면에 부착된 로고다. 당시 언론과 테니스 팬들은 승부욕이 강한 라코스테를 ‘한 번 물면 절대 먹이를 놓지 않는’ 악어에 비유했고 그 때문에 라코스테 피케 셔츠에도 작은 악어 한 마리가 새겨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라코스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피케 셔츠는 지금까지 수많은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라코스테가 올해는 홀리데이 에디션으로 조너선 애들러와 함께 작업한 제품을 내놓았다.
애들러는 라코스테 악어 로고를 자신이 자주 활용하는 전통 자수방식으로 해석해 라코스테의 여섯 번째 홀리데이 에디션을 완성했다. 그는 “어릴 적 할머니가 직접 자수를 놓아 만들어주신 기하학적 패턴의 베개를 좋아했다”며 “요즘 사람들은 자수를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오히려 자수는 실과 바늘만으로 대담한 색상과 패턴을 접목할 수 있는 시크한 모티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들러는 오렌지, 블루, 네이비, 그린 등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원색과 사선무늬 패턴을 악어 로고에 입혔다. 홀리데이 에디션인 만큼 악어의 로고 크기도 키웠다. 또 악어 패턴과 똑같은 스트라이프 무늬를 오른쪽 셔츠 하단에 넣어 셔츠 전반에 리듬감을 더했다.
이번 에디션은 남성용 다섯 가지 색상, 여성용은 네 가지 색상으로 선보이며 큰 사이즈의 하얀 악어가 블루와 네이비의 사선 패턴 위에 새겨진 실제 자수 베갯잇 제품이 티셔츠에 함께 포함된다. 또 악어 로고와 스트라이프 모티브는 똑같으나 실제 자수로 새겨진 한정판 피케 셔츠도 남녀 각각 1212장씩 소개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직접 자수로 만든 테니스 라켓 커버 패키지에 들어있다. 애들러는 “테니스클럽에 다니는 모녀가 본인이 직접 테니스 라켓 커버를 자수로 만드는 모습을 연상하며 패키지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애들러의 디자인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백미는 자수만으로 만든 피케 셔츠다. 프랑스 리옹 인근 수녀원에서 셔츠 한 장에 400시간이 넘게 작업했다. 딱 12장만 제작한 이 한정판은 도예 작가 출신인 애들러가 만든 악어 모양의 도자기에 담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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