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57>仁智는 周公도…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齊나라 宣王(선왕)은 연나라를 정벌한 후 2년도 안 돼 연나라 사람들이 배반하자, 맹자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보다 앞서 맹자가 ‘연나라 백성이 기뻐하지 않는다면 연나라를 취하지 말라’고 충고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녕,영)人(영인·아첨꾼)인 陳賈(진가)가,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周公도 그 형제들이 반란할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거론하여 왕을 안심시키려 들었다. 왕을 위해 文過飾非(문과식비·잘못을 말로 꾸며 어름어름 넘어가려고 함)하려고 한 것이다.

未之盡은 결코 궁극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는 말이다. 주공은 관숙으로 하여금 은나라를 감독하게 했는데, 관숙이 은나라를 가지고 배반했다. 만일 주공이 관숙의 반란 조짐을 알면서도 시켰다면 어질지 못한 것이요, 그 조짐을 모르면서 시켰다면 지혜롭지 못한 것이 된다. 진가는 이렇게 論法을 펴서 주공이 仁과 智에서 궁극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況於王乎는 하물며 왕은 仁과 智의 충분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며 또 그렇더라도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다. 請은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는 표현이다. 見而解之는 맹자를 만나서 이 일을 잘 해명하겠다는 뜻이다.

주공의 관숙 정벌에 대해 金昌協(김창협)은, 관숙을 은나라 땅에 봉하여 무경을 감시하게 한 일은 무왕이 천하를 소유한 초기에 있었으므로 주공은 물론 무왕도 관숙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주공이 천명에 따라 섭정을 하게 되었을 때 관숙 등이 무경의 꼬임에 넘어가 주공을 의심하게 되어 나라에 유언비어를 퍼뜨렸기 때문에 주공이 그들을 정벌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본 兪棨(유계)의 설과 마찬가지로, 무왕과 주공은 성인이고 성인은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 주공의 관숙 정벌을 해명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金萬重(김만중)은 ‘서포만필’에서 무왕이 은나라 정벌 후 천하를 안정시키려고 각지에 分封(분봉)할 때 은나라 땅에 어진 인물인 微子(미자)를 봉하지 않고 武庚(무경)을 봉한 것은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주공은 무경을 토벌한 후에야 미자를 宋 땅에 봉해서 은나라 유민들을 다스리게 했다. 김만중은 성인의 관념적 신성성에 대해 회의하는 한편 어느 시대든 군주는 처음의 圖謀(도모)를 잘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