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 받는 아빠 늘었다

  • Array
  • 입력 2011년 4월 3일 14시 33분


코멘트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은행원 이창희 씨(60·경기 평택시)는 지난해 9월 딸 결혼식을 앞두고 탈모 치료를 시작했다. 딸이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대머리 아빠'를 창피해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이 씨는 딸이 결혼 날짜를 잡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6개월 동안 약을 먹고 모발이식을 한 덕에에 이 씨는 딸의 결혼식 사진을 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회사원 박태호 씨(45·서울 용산구)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때문에 탈모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9월 유치원 학예회에서 아들이 놀림을 받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박씨의 머리를 가리키며 놀려대는 아이들 탓에 박씨는 아들에게 손도 흔들지 못하고 돌아섰다. 아들 역시 몹시 풀이 죽어 있었다. 6개월 정도 치료를 받고 난 박씨의 정수리 부분엔 지금 머리카락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최근 아들의 입학식에서는 크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한국 남성 탈모 스트레스 높아

탈모 치료를 받는 40~60대 남성이 크게 늘었다.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2009년 5년간 탈모치료를 받은 50대 남성은 5077명에서 8905명으로 75% 늘었다. 60대는 72%, 40대는 29% 증가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원형탈모증 비율이 높았던 20, 30대가 주로 탈모 치료를 받았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20, 30대 남성의 탈모 치료 증가율은 5년간 각각 6%, 18%에 그쳤다.

노윤우 서울맥스웰피부과 원장은 "전에는 탈모를 노화 현상의 일부로 받아들였지만 최근에는 치료에 열성을 보인다. 탈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한 데다 보다 젊어 보이려는 노력이 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남성의 '탈모 스트레스'는 심각한 편이다. 지난해 4월 30대 탈모인의 모임인 '삼탈모' 회원 1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탈모 때문에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응답이 91.1%(123명)로 나왔다. 대인기피증을 경험한 비율은 48.9%(66명),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은 34.1%(46명)였다.

하지만 병원에서 탈모치료를 받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최광성 인하대 피부과 교수 조사에 따르면 탈모 남성은 병원에서 전문 치료를 받기까지 평균 4.2회의 자가치료를 한다. 결국 탈모가 시작된 지 7.3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게 된다.

자가 치료를 할 때는 주로 비누나 샴푸(69%), 민간요법(25%)에 의존한다. 비용도 많이 들었다. 남성 탈모 환자의 35.6%는 탈모치료 및 예방을 위해 한 달에 5만~10만 원을 썼다. 이중 20%는 10만 원 이상을 사용했다.

● 남성형 탈모의 원인과 치료

남성형 탈모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변화로 생성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라는 물질에 대해 유전적으로 민감한 경우 생긴다. DHT는 모발을 자라지 못하게 하고 모낭을 수축시킨다.

탈모 초기에는 이마 양쪽 가장자리를 따라 머리숱이 빠지기 시작한다. 머리 선은 정상이지만 머리카락이 가늘어져 비어 보인다. 머리카락이 하루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머리카락은 가늘어진 곳부터 빠지기 시작한다. 결국 앞머리 선을 따라 M자형으로 탈모가 일어난다.

탈모 초기에는 두피를 깨끗하게 하는 모발 관리와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먹는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 제제(프로페시아 등)나 바르는 발모제인 미녹시딜 제제가 주로 사용된다. 조남준 일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지나치게 자주 머리를 감으면 두피나 머리카락에 자극을 줘 증상이 심해진다"며 "약용 샴푸를 사용할 경우 샴푸 후 바로 헹구지 말고 5~10분 정도 기다렸다가 헹궈야 좋다"고 말했다. 평소 과도한 염색이나 파마, 모발용 화장품 시용도 조심해야 한다.

탈모 중기에 들어서면 앞이마가 점점 넓어지다가 정수리 부분의 탈모와 합쳐진다. 앞 이마선이 크게 후퇴한다. 이마 양쪽 가장자리를 따라 탈모가 대칭적으로 깊숙이 진행한다. 이마 쪽에는 머리카락이 남지않아 모발이식으로 새로운 이마선을 만들어 줘야 할 정도다.

모발이식술은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 자기의 옆머리와 뒷머리 부위에서 모근을 떼어내 탈모 부위 두피에 하나씩 옮겨 심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수술기법의 발달로 앞이마에 집중적으로 심어 자연스런 모양을 갖출 수 있다.

탈모 말기에는 남아있는 머리카락은 옆머리와 목 부위의 'U'자 모양이 전부다. 남아있는 모발도 매우 성기며 얇다. 이 단계에서는 약물치료로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모발이식술이나 가발을 이용해야 한다. 모발이식술 비용은 한 번에 300만~500만 원이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