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정운찬, 일로 만난 것 같진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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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씨 '4001' 출간.."학력위조 잘못이지만 직접 위조하진 않았다"
시내 주요 서점서 책 매진

지난 2007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39)씨가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간한 자전 에세이 '4001' 출판 기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사진 더 보기
지난 2007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39)씨가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간한 자전 에세이 '4001' 출판 기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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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른바 '신정아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39)가 22일 자전 에세이 '4001'(사월의 책 펴냄)을 펴냈다.

이 책은 2007년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최근까지 약 4년간 쓴 일기들 중 일부를 편집한 것으로, 예일대 박사학위 수여의 전말은 물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 동국대 교수 채용 과정과 정치권 배후설, 일부 인사의 부도덕한 행위까지 언급돼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신 씨는 또 사건 당시 제기된 자신의 급부상에 대한 배후설, 서울대 교수직 제의 등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다며 적극 해명했다.

배후설에 대해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혹시 노무현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것 아닌가 싶어 몹시 조심스러울 따름"이라고 전제하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모저모로 내게 관심을 쏟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썼다.

또 서울대 교수직 제의와 관련해서는 당시 서울대 총장이었던 정운찬 전 총리가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을 제의했으나 자신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내 사건이 터진 후 정운찬 당시 총장은 스스로 인터뷰에 나와서, 나를 만나본 일은 있지만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직은 제의한 적은 결코 없다고 해명을 했다. (중략) 정 총장의 인터뷰를 보면서 나는 실소가 나왔다. 서울대 교수직이나 관장직 얘기는 둘째 치고, 자신의 이름이 전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저렇게 먼저 내 문제를 스스로 들고 나와서 극구 부인하는 모양이, 켕기는 것이 있으니 저러는 게 아닌가 싶었다."('4001' 중 97-98쪽)

신 씨는 또 정 전 총리가 밤 늦은 시간에 호텔 바에서 만나자고 하는 등 자신을 처음부터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했다.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내가 접한 정 총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달랐다'의 의미는 혼란스러웠다는 뜻이다. 정 총장은 처음부터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같았다."(100쪽)

신 씨는 이어 "서울대 총장이란 이 나라 최고의 지성으로 존경받는 자리"라며 "정 총장이 '존경'을 받고 있다면 존경받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썼다.(101쪽)

신 씨는 또 일간지 C 기자가 술자리에서 자신을 추행했으며 그 때부터 더 이상 치마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이날 롯데호텔에서 책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책에 일부 실명을 거론한 이유에 대해 "4년이 지난 지금 책을 내고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어느 부분은 감추고 어느 부분은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 "실명이 등장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앞뒤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부는 실명, 일부는 이니셜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온 신 씨는 "제게는 중요한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어서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최소한의 이야기만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4년간의 일기를 일부 편집한 내용이다 보니 저와 개인적이든 일로든 만난 많은 분들이 언급돼 있다"면서 "노 대통령님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욕되게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인간적으로 서로 신뢰하고 격려해준 분들을 배후라고 하면 제가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일부 사실만 최대한 말을 아끼는 입장에서 썼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또 "교도소에 있었던 기간은 1년6개월이었지만 (그간의 삶은) 4001번으로 살아온 것과 마찬가지였다"면서 "4001번으로 살아왔던 시간과 이제는 헤어지고, 또 다른 신정아로 새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심정으로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책 제목인 '4001'은 신 씨의 수인번호(囚人番號)다.

신 씨는 이날 과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면서 잘못 알려진 내용에 대해서는 해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학력 위조와 관련해 "학력 위조는 브로커를 통했든 아니든 간에 전적으로 제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학력 위조에 대해 도움을 받은 것은 잘못이지만 (직접) 위조를 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 씨는 또 문화일보가 제기했던 성 로비 의혹과 관련해 "큰 상처였다"면서 "여성으로서의 최소한의 것까지도 다 까발리고 창피를 당하고 수치를 당한 상황이어서 지금까지도 피해의식이 있어서 가까운 분들과 연락하는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신 씨는 문화일보가 2007년 9월 '신정아 누드 사진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기사와 알몸 사진을 싣고 성 로비 의혹을 제기하자 "초상권과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며 위자료 10억 원과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며, 1심은 신 씨에게 1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면서 "제 사건이 컸기 때문에 미술계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좋은 자리가 있으면 최선을 다해 일해 보겠다"고 답했다.

신 씨는 학력을 속여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07년 10월 구속기소된 뒤 1,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으며 2009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한편, 신 씨의 책을 펴낸 출판사 측은 "초판으로 5만 부를 찍을 계획"이라며 서울시내 주요 대형서점에서 이날 책이 깔리기 무섭게 다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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