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25>曰無恒産而有恒心者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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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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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의 요청으로 發政施仁(발정시인·정치를 펴서 어진 정책을 시행함)의 구체적인 방법을 力說하기 시작했다. 이때 저 유명한 恒産(항산)과 恒心(항심)의 관계를 우선 거론했다.

恒은 떳떳하다는 말로 恒産은 떳떳이 살아갈 수 있는 生業(생업)을 가리키고, 恒心은 사람으로서 떳떳이 지닌 善心(선심)을 가리킨다. 無恒産而有恒心의 而는 역접의 연결사이다. 惟士爲能은 오로지 선비만이 능히 그럴 수 있다는 말로, 한문에서 惟는 唯와 통용되어 ‘오로지’라는 뜻을 지닌다. 주자(주희)는 풀이하길, 선비는 일찍이 학문을 해서 義理(의리)를 알므로 비록 떳떳이 살아갈 수 있는 생업이 없다고 해도 떳떳한 마음을 지닌다고 했다. ‘若民則∼’은 ‘백성의 경우로 말하면 ∼하다’는 말이다. 因無恒心의 因은 ‘그러면 그로 인해, 그 때문에’라는 뜻을 나타낸다.

주자는 선비의 경우 학문을 해서 義理를 알며, 그렇기에 恒産의 有無(유무)에 관계없이 恒心을 지닌다고 했다. 학식을 중시하는 主知主義(주지주의)의 관점을 드러냈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단, 맹자의 시대와 주자의 시대에 士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지도적 역할을 담당했으므로 맹자나 주자는 士의 생활 방식이 民과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도 볼 수 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인간 본연의 양심을 견지하고 자율적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이냐 그렇지 않은 사람이냐의 차이에 따라 恒産이 없어도 恒心을 지키는 경우와 恒産이 없으면 恒心마저 잃는 경우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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