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인공산수를 모형으로 표현한 이정배씨의 ‘Festival’.사진 제공 갤러리 현대
전시장에는 기이한 산수풍경이 압축된 입체세트가 자리 잡고 있다. 생명력을 잃은 듯 하얗게 탈색된 풍경이 담긴 모형이다. 몸통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리고 밧줄과 그물망에 포획된 산. 그 속에서 아주 작게 축소된 총과 탱크, 음식, 변태적 포즈의 여인이 어지럽게 뒤섞여 낯선 인공산수를 만들어낸다.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16번지’에서 열리는 이정배 씨(36)의 ‘More’전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빚어낸 풍경을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산수화가로 출발했던 작가는 ‘산수’라는 소재를 이용해 소유욕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인간이 자연을 소유하는 방법과 방식에 관한 연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펼쳐낸다. 유원지처럼 전락한 인공 자연에서 쾌락을 쫓는 사람들, 돈의 위력을 상징하듯 산 위에서 깜박이는 상점 간판, 더 풍성한 수확을 위해 기형적으로 변모한 나무 등.
작가는 입체 작품 외에도 한지에 인화한 사진, 라이트 패널 그림,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넘나들며 폭력적 욕망이 빚어낸 견고한 세계를 제시한다. 평론가 이선영 씨는 “그의 산수풍경에서 욕망의 질주는 인간문명을 이루는 제어와 순화의 장치들을 무너뜨리고 거대한 폭력과 권력으로 점철된 또 다른 자연을 향하고 있다”고 평했다. 02-722-350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