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화쟁위, 봉은사 중재과정 전말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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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교체, 명진 스님도 합의했었다”
“후임으론 부주지 진화 스님… 명진 스님이 요구했던 사항”

직영사찰 지정 문제와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과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중재해온 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가 8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격적으로 그동안의 전말을 공개했다.

화쟁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화쟁위의 안을 통해 양측이 공감대를 갖고 합의한 내용이 최근 원천적으로 부정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진화 스님의 봉은사 주지 임명은 명진 스님의 요구사항이었다”고 밝혔다.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중재안은 원만한 화합을 위해 총무원의 양해를 구하고 인사추천위원회 구성을 거쳐 진화 스님을 임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며 “명진 스님은 직영사찰 지정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지켰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쟁위는 양측의 공감대를 토대로 지난달 22일 중재 모임을 가졌고 이틀 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수행자답지 못한 언행으로 화쟁위 스님들과 원장 스님, 종도들과 갈등을 빚은 것에 대해 참회한다”면서 “직영사찰 지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화쟁위의 설명에 따르면 직영사찰 지정과 관련해 명진 스님의 주장은 세 차례 바뀌었다. 처음에는 직영사찰 지정 철회였고, 이후 직영사찰 지정은 수용하되 자신을 연임시킬 것, 이어 총무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마지막으로 후임 주지로 측근인 부주지 진화 스님을 임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날 화쟁위가 공개한 내용은 “한국 불교 발전을 위한 것이지 주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등 명진 스님의 주장과는 배치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화쟁위는 명진 스님의 반응과 관계없이 총무원이 9일 종무회의를 통해 봉은사의 직영사찰 지정과 운영 개선안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봉은사 신도회 소속 회원 100여 명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조계사 총무원 앞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명진 스님은 이날 오후 봉은사에서 열린 특별 법회를 통해 “자승 총무원장이 진화 스님을 불러 ‘주지 하려면 종회 의원을 사퇴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화쟁위는 “원장 스님이 진화 스님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4년의 주지 임기 보장과 종회 의원 겸직 금지 등은 화쟁위 안이었고 명진 스님도 이를 수용했다”고 해명했다. 조계종 승적을 찢거나 태우겠다고 주장했던 명진 스님도 오전 9시경 총무원을 방문해 승적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승적은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본으로만 열람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명진 스님이나 봉은사 관계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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