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아는 얘기, 좁은 무대… 연기만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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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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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연출★★★☆ 연기★★★★ 노래★★★★ 무대 ★★★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무대 연출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원작의 애틋한 사랑을 배우들의 호연으로 잔잔히 표현했다. 박건형과 함께 베르테르 역을 맡은 송창의.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무대 연출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원작의 애틋한 사랑을 배우들의 호연으로 잔잔히 표현했다. 박건형과 함께 베르테르 역을 맡은 송창의.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입을 맞춘 뒤 이렇게 읊조린다. “그녀의 입술에서 나온 뜨거운 불길이 환희를 가져왔습니다. 이 입술은 로테의 입술 위에서 떨었습니다. 이 죄의 성스러움을 맘껏 들이마셨습니다.” 이 같은 감성적인 문어체의 사랑 표현이 이 작품에선 넘쳐난다. 진중하고 비극적인 대사 자체는 아름답지만 간혹 낯간지럽게도 느껴졌다.

22일 막을 올린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연출 김민정)은 2000년 창작 뮤지컬로 시작해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고 이번에 10주년을 맞아 다시 제작한 것. 줄거리는 괴테의 동명 소설과 다르지 않다. 감수성이 풍부한 청년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반하고, 로테가 정혼자인 알베르트와 결혼하자 결국 자살을 한다는 내용이다. 무대와 객석에는 내내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도 없었다.

눈길은 배우의 밀도 높은 감정 연기에 쏠렸다. 베르테르 역을 맡은 박건형은 공연에 앞서 “평소 강한 역할만 했는데 베르테르 역을 맡아 감정을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엷은 발성과 섬세한 연기로 나약한 청년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자살을 결심한 뒤 독백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부분에서 객석을 압도했다. 로테 역의 임혜영도 앞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킴 역에서 보여준 것처럼 특유의 맑고 가녀린 고음의 발성과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앞선 두 배우가 기대치를 충족했다면 이상현은 다소 묻힐 수도 있었던 알베르트 역을 도드라지게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울림을 냈다.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아내의 부정을 알면서도 사랑을 지키려 인내하는 복잡한 심경을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

배우들의 열연과 안정적인 노래는 빛났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무대 장치와 배우들의 동선이 이들의 호연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무대는 각기 다른 높이의 작은 무대로 잘게 쪼개져 배우들은 폭이 넓은 계단을 넘나들면서 연기해야 했다. 공간이 협소한 탓에 춤 동작은 극히 제한됐으며 배우들의 동선도 불편해 보였다.

특히 무대 앞뒤 폭이 매우 넓은 데다 배우들이 주로 뒤쪽에서 연기를 펼치는 탓에 표정을 제대로 읽기 힘들었다(기자가 앉은 자리는 1층 앞에서 아홉 번째 열이었다). 특히 베르테르가 무대 뒤쪽 2층에서 자살할 때는 대사마저 없는 바람에, 그 마지막 결정적인 표정 연기를 보기 위해 이마를 찡그리고 눈을 가늘게 떠야 할 정도였다. 다만 총격 소리 없이 붉은 조명으로 죽음을 암시한 것은 여운을 남기기에 적절한 선택인 듯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4만∼10만 원. 11월 30일까지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02-501-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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