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보(10000 LIVES)’를 주제로 내건 2010 광주비엔날레를 보다 흥미롭게 감상하고 싶다면 주제별로 나누어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시 주제가 수많은 사람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만인보’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진과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에 펼쳐진 수만 가지 이미지 속에서 주제별로 기준을 정하여 작품을 찾아내고 관람을 한다면 의미 있고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가족’은 그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수많은 이미지 속에서도 가족을 표현한 작품을 볼 때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애잔함과 사랑, 그리고 정을 느낄 수 있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의미들을 찬찬히 다시 되새길 수 있는 작품들이 이번 전시장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둘러본다면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향수를 느낄 수 있다.
◆ 앤디 워홀, 타임캡슐-27 <광주시립미술관>
앤디 워홀의 작품 ‘타임캡슐 27’은 모친인 줄리아 워홀라(Julia Warhola)에 관한 모든 소장품들을 수집하고 특히 어머니의 독특한 글씨체가 담겨 있는 편지와 엽서 등을 작품에 투영시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작품이다. 일종의 초상화 안의 초상화로 볼 수 있다.
◆ 앨리스콕, 가족대본 <광주시립민속박물관>
‘가족 대본 Family Script’는 인도와 티베트에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구성원에게 보내는 비디오 영상편지를 통해 거리에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우리 옆으로 데려다주는 이미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 강봉규, 가족 <본관 제4전시실>
가족과 고향을 테마로 작품 활동을 해온 사진가 강봉규의 작품 ‘가족’은 영정사진으로 쓰일 법한 노부부의 초상 사진과 밥상, 옷가지, 도시에 살고 있는 손녀의 사진, 생존에 필요한 필수품인 이부자리 두 채 이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쓰러져가는 초가집의 안방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라져 갈 운명에 놓인 고향집 안방의 모습을 포착해 옛 향수를 자극한다.
◆ 최광호, 가족 <시립민속박물관>
최광호의 연작 ‘가족’은 놀라울 정도로 친밀한 사진이지만 삶과 죽음, 친밀감, 기쁨과 고통 등과 같은 거창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불안한 작품은 삶의 마지막 순간, 즉 임종 과정과 그것에 수반된 의식을 다루는 사진들이다.
ㅇ 오리지널과 짝퉁
현대사회에서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생성되고 복제되며 소멸되는 복잡한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미지 과잉현상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내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원본과 재해석된 작품들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이번 전시작품들을 통해 비교해보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의미 있는 관람이 될 것이다.
◆ 셰리 레빈, 워커 에번스를 따라서 <제1전시실>
이 작품은 셰리 레빈 자신만의 ‘차용된’ 이미지를 통해 미국 농부의 모습을 담아냈다. 레빈의 복제 작품과 함께 새로 인화한 ‘사진계의 전설’ 워커 에번스의 원작(미 국회도서관에 소장)을 병치함으로써 복제된 오리지널의 모호한 위상을 한층 더 강조시켰다.
◆ 스터트 번트, 앤디 워홀의 ‘워홀플라워’ <제1전시실>
스터트 번트의 작품은 단순한 복사본이 아니라 독창적이지 않은 원본으로, 오래된 형태들을 새로운 맥락 위에 위치시킴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낸다. ‘워홀플라워’는 스터트 번트가 자신의 연작을 위해 워홀로부터 직접 실크스크린 재료를 받아 제작하여 원본과 거의 다르지 않다.
◆ 두에인 핸슨, 벼룩시장 상인 <제4전시실>
‘벼룩시장 상인’은 유리섬유와 송진을 이용하여 실물크기로 중년여성을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이 인물상을 전시 공간 속에 자유롭게 배치하여 작품과 실제 관객들의 모습이 뒤섞이도록 연출하였다. 실제 사람인지 아닌지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은 실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심적 공간을 시험하게 한다.
◆ 존 드 안드레아, 케이티 <제4전시실>
존 드 안드레아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극사실주의 채색 조각을 표현해 실제 인물과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재현을 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실재 존재 자체와 그럴듯해 보이는 것과의 경계의 유동하는 미끄러짐을 강조하고 있다.
ㅇ역사의 순간
역사적인 순간이 이미지를 통해 진실이 왜곡되거나 감춰지는, 혹은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이미지를 통하여 동일한 역사적 사건이 얼마나 다양한 관점으로 전달되고 영향력을 갖게 되는지 역사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는 이번 전시작품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한스 페터 펠트만, 9/12신문1면 <제2전시실>
2001년 뉴욕 월드트레이트센터에서 벌어진 9·11 테러 사건 다음 날인 9월 12일자 각국의 신문 1면을 모아놓았다. 이 신문들은 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보여주는데, ‘미국 공격당하다’(뉴욕타임스), ‘새로운 전쟁’(르 피가로), ‘세상의 종말’(데일리 메일)등 다양한 관점으로 표현돼 있다.
◆ 이리나 보테아, 혁명을 위한 오디션 <제2전시실>
이리나 보테아의 비디오 작업은 루마니아 사람들의 삶과 역사, 특히 공산주의와 혁명의 유산들과 관련이 있는 시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텔레비전에 나온 1989년 혁명 장면들을 시카고에 살고 있는 일군의 학생들을 참여시켜 재상영했다. 매체로 전달된 사건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하게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작품이다.
◆ 폴 푸스코, 로버트 케네디 장례열차 <제3전시실>
푸스코의 사진들은 암살된 로버트 케네디의 이동하는 장례열차에서 찍은 것들로 격변의 1960년대 당시 유명 인사의 잇따른 암살 사건에 이어 또 한 번의 유명 정치인의 암살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대중의 모습을 순간순간 포착하여 충격과 슬픔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그대로 표현해냈다.
◆ 구스타프 메츠거, 역사적 사진 <제3전시실>
이번 광주비엔날레 ‘눈(NOON) 예술상’ 대상 수상작인 ‘역사적 사진’은 조롱하는 구경꾼들 앞에서 도시 거리를 문질러 닦도록 강요 당하는 오스트리아 유대인들의 사진을 기념비적 크기로 확대하였다. 관람자가 이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는 당시 모욕을 당한 사람 중 한 명인 것처럼, 또는 참회하고 순례하는 듯이 방수천 아래로 기어 들어가야 한다.
ㅇ티끌 모아 태산
단 하나의 작품 혹은 몇 장의 이미지들로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 둘씩 모아지고 축적되면서 폭발적으로 영향력을 내뿜을 때가 있다.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결코 단기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 아닌 작가의 집념과 열정, 오롯이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고 작품과 하나가 되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관련 작품들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피슐리 & 바이스, 가시적인 세계 <제1전시실>
20년에 걸친 여행길에서 얻은 3000장의 이미지들을 추려내 선보이고 있다. 이 사진들은 작가 페터 피슐리와 다비드 바이스의 사적인 여행사진으로 여행지 기념품에 담겨 있는 일종의 애정과 같은 감정이 스며들어 있다. 또한 이 사진들은 그 자체로도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 안경점, 안경점3 <제3전시실>
안경점은 한국작가들(박세라, 이지연, 차진아)이 참여한 그룹으로 이번 2010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기존의 프로젝트를 확장하여 각자 일주일 동안 그들의 삶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일기에 나열하듯 작성하는 작업을 펼쳤다. 2010년 새해 첫날부터 비엔날레 개막일 직전까지로 작업기간이 연장돼 장장 8개월에 걸친 자화상을 만들어냈고 세 개의 개별적인 삶을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 이데사 헨델레스, 테디베어 프로젝트 <제4전시실>
이데사 헨델레스는 테디베어 프로젝트를 위해 1900년부터 1940년까지 세계 각국에서 촬영된 3000여 장의 테디베어 사진을 수집했다. 록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테디베어, 테디베어를 안고 있는 어린이, 군인, 테디베어로 분장한 사람 등 테디베어와 함께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영국인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숨진 사람 수만큼 제작된 ‘타이타닉 테디베어’ 등 중요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실물 테디베어 12점도 전시되고 있다.
◆ 필립로르카 디코르시아, 1000 <광주시립미술관>
‘1000’은 25년여에 걸친 작가의 사진 세계를 엿볼 수 있는 1000개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집대성한 것이다. 가족의 스냅샷이나 친구와 연인들의 초상사진, 풍경사진, 테스트 사진 등으로 그의 작업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가 이루어낸 평생의 작품들이 압축적으로 표현되는 것뿐만이 아닌 이미지에 의한 일종의 자서전과도 같은 작품이다. 광주비엔날레재단 홍보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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